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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Oct 06. 2022

피부보톡스

그 표정의 어색함에 대하여


어느 날엔가 사진을 찍었는데

눈가 끝에 못 보던 미세한 주름들이 있었다.


솔직히 적잖아 당황했다.

그러나

애써 태연한 척

나이가 드는데 주름은 당연하지

아무렇지 않은 척해봤다.


거울을 볼 때는 또 잘 보이진 않았다.

눈 크게 뜨고

예쁜척하는 표정만 지으니까

주름이고 뭐고

내 눈엔 안보였다.


또 그렇게 몇 해가 갔다.




엄마 아빠랑 시간을 내서

양양 바닷가에 애들 데리고 놀러 갔는데


신나서 웃어대는 내 얼굴에

엄마가 조금 당황했나 보다.


딸아 여기서 이렇게 자외선 받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빨리 다시

서울로 올라가서

피부보톡스라도 좀 맞아야겠다.


처방당했다.




예쁘네요?


피부보톡스로 주름 좀 쫙쫙 펴달라고

마취크림을 바르고 누워있는데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첫마디를 건넨다.


영업용 멘트인 것을 알지만

의아하다는 뉘앙스로 예쁘다고

질문식으로

그것도 거꾸로 내 얼굴을 본상태에서 들은

진실성이 참으로 의심되는 칭찬에도

좋다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근데 웃음이 채 다 지어지기도 전에

이 의사 할아버지는 갑자게 마구

주사 잔치를 시작해버린다.


엉엉...

차마 소리 내서 울 수는 없지만

이미 정직한 눈물은 주룩주룩

내가 아들 둘 낳을 때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진 않았건만

주사기가 내 표피층을 후벼 파는 바람에

얼굴이 금세 눈물범벅이다.


처음엔 횟수를 세며 좀 참아보다가

아니 이거 무슨 내가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고통을 견디나 그만할..

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쯤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해준다.

아우. 다신 못 맞겠네. 너무 아팠다.




고통이 언제였나

한 달이 지나갈 때쯤

우연히 찍은 단체사진 속에

내 얼굴을 보았는데

나의 표정이 미-세하게 이상했다.


분명 웃고 있었는데!

웃지 않는 거 같았다.


허허 이것 참 묘한 일이네


남편이 갑자기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물어본다.


여보!!!!!!

웃고 있는데 우는 것 같네????


그냥 보톡스도 아니고

피부보톡스인데. 그것도 맞은 지

한 달이 넘게 지나는 시점에서.



남편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잡아떼고 싶었지만

나도 느끼고 있었던

그 울상 같은 웃음 때문에

증거가 내 얼굴에 너무 있어버린이상

으응

사실 피부보톡스 맞았.. 이실직고와 동시에

놀림이 시작되었다.


여보 옆에 그것 좀 나 줘봐

뭐야, 웃는 게 어색한 여자가.


여보 애들 좀 씻기던지

뭐라고? 웃는 게 어색한 여자네?


그로부터 매일 나는

웃는 게 어색한 녀자라고 그로부터 불렸다..





분명한 것은 내가 없었으면 하던 부위의

주름은 확실히 없어졌다.

그리고 피부도 좀 전반적으로 좋아진 기분이다.


그 러 나


예상치도 못한 부위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운 주름들이 등장했다.

물론 어색함은 덤이다.


어떤 포인트에서는

내 느낌은 활짝 웃었는데

사진 찍고 보니

구안화사처럼

반쪽의 얼굴만 웃고 있는 모습도

발견되었다.


아 스킨보톡스 너란 것.....


주름 양 불변의 법칙이라도 있느냐


덜 늙고 덜 안 예뻐지길 바랬을 뿐인데

주름 총양은 그대로에 이상함과 어색함을

안겨준 피부보톡스.


두 번 다신 못 맞을 것 같아......


잘 있어 톡스. 굿바이 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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