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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Nov 21. 2022

먹지 못하는 서러움

장염은 너무 힘들어

평소에 많이 먹지는 못해도 

늘 먹고 싶은 것은 많은 만성 식욕자였다.

그날 먹고 싶은 점심메뉴 저녁메뉴는

미리미리 아껴두고 생각해 둘 정도로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이다.


그런 내가

이번에 아들 입원 간병을 하면서

장염이 걸렸다.

2박3일 입원 전에 그의 요청에 따라

허름한 곳에서 초밥을 먹었던 것이 화근이었나보다.


입원을 하면서 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는데


6인실 딱딱하고 열악한

보호자 침대에서 밤낮없이

구부리고 쪽잠을 자며

소변 받아내랴 책 읽어주랴

아프다는 투정 받아주랴 간병하며

중간 중간 아들이 요청하는 오뎅간식 아이스크림

같이 먹어주다보니 

제대로 탈이 났다.


끙끙... 

위가 나와 다른 생명체마냥 펄떡거리며

너무나 아파왔다.


심각하게 아픈 어린이들 회진을 도는 의료진에게

저도 배아픈데 좀 봐주세요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까? 하며 안일한 생각으로 

깨작대며 먹은 보호자식은 장염을 심화 시켜주었고

약을 먹고 잠시 가라앉은 속에 치맥을 참지 못해

몇조각 몇모금 먹으니 생지옥을 맛보게 되었다.


위에게 완벽하게 패배한 나는

먹을 것을 전적으로 참아야 했다.


한끼를 굶고.. 두끼를 굶고....

먹는 낙으로 살던 주말을 굶으며 보내려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산책도 나들이도 필요 없고 그저 누워만 있고 싶었다.


몸과 정신이 고단할 때

보통 맛있는 것과 맛있는 술을 먹어주며

스트레스를 날려줘야 하는데,

그럼 몸의 고단함도 어찌 저찌 지나가는데


이 장염이라는 병은

먹고싶은 것을 먹을 수 없는 극심한 형별을 내려주니

그 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겹쳐서

딱 죽을 맛이다.


정말이지 장염만은!

피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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