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소재의 희화화
이제 과거에 TV에서 넘어지는 사람만 봐도 깔깔 웃던 시대가 아니다. 오늘날만큼 일상적 자극이 많은 시대는 없었다. 조금만 둘러봐도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컨텐츠들이 즐비해있다. 그 때문인지 날이 갈수록 컨텐츠의 소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더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유머 또는 개그라고 불리는 즐거움을 주는 것들도 점차 선을 넘은 것들이 생겨났다.
몰래카메라 수위 논란
몰래카메라 수위 논란은 '어디까지 웃고 넘길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같은 장난이라도 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반응이 갈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 장난이 정도를 넘어섰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사람이 더 적을 것이다.
이 논란은 몰래카메라를 주제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 때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 몰래카메라와 같은 장난이 선을 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면서 다시 조명된 바 있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한 수익을 얻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찍으려 시간이 갈수록 장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범죄에 가까운 혹은 범죄 그 자체인 영상을 촬영하며 '그냥 장난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저기 카메라도 있다.'라며 피해자에게 조롱하듯 말한다.
대부분은 댓글로 장난의 수위가 너무 높다, 범죄 아니냐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영상에 호응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고, 댓글을 달려면 필연적으로 영상을 시청해야 했기에 이미 유튜버의 수익에 포함된다. 때문에 이러한 자극적인 영상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사회실험'이라는 단어로 이를 포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프라이즈 문화
친구나 가족이 자신의 생일을 눈치 못 챈 척하다가 나중에 깜짝파티로 '서프라이즈'하며 놀라게 한 경험, 혹은 그런 영상을 봤을 것이다.
머나먼 동방의 타국까지 전해질 정도로 서프라이즈 문화는 널리 알려져 있는 대중적인 문화이다. '서프라이즈'라는 단어는 마법에 가까운 단어로 장난을 친 뒤에
서프라이즈
하고 과한 액션을 취하기만 하면 백이면 백 웃고 넘어가버린다.
문제는 그 장난이 도를 넘어섰을 때 일어난다. '서프라이즈'라는 마법의 단어는 화내려고 정색하면 오히려 장난도 못받아주는 속좁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기에 도를 넘어선 장난에도 쉽사리 짜증을 내지 못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용서 행위를 강요하는 느낌이 좋지 않다.
비극적 소재의 희화화
2017년에는 구글 어시스턴트에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더니, 나치 독일이 주도해서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대량학살을 일으킨 '홀로코스트'를 들먹인 사건이 한차례 논란이 되었다.
이는 AI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에도 마찬가지로 '홀로코스트'를 개그 소재로 삼았던 전적이 드러나 도쿄올림픽 개막식 연출 담당인 '코바야시 켄타로'가 해임된 사건도 있었다. 도쿄올림픽과는 20년도 더 이전의 일이지만 당시에도 '홀로코스트'는 무거운 이야기였고, '놀이'라고 말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또한 인터넷이 주는 익명성 뒤에 숨어 인종차별, 전쟁, 암울한 역사나 사건 등을 희화화하는 것은 꽤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회성으로 조롱하며 소비할 뿐 어떠한 교훈이나 주제의식이 없다.
블랙코미디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 차별, 정치 등 불편할 수 이어 일반적으로 잘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다루는 블랙코미디는 그 나름의 영역이 있고, 주제의식이 있다. 무의미하게 비극적이고 무거운 소재를 내다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괜히 상처를 들쑤셔서 더 큰 흉터를 만들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