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십삼도 일상탐구 Apr 02. 2024

색깔이 주는 이미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여러 가지 색깔로 점철되어 있다. 아무 의미 없이 칠해진 색깔도 있는 반면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색깔도 있다. 그리고 색깔에 메시지를 담는 방식은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 신호등만 봐도 빨강, 노랑, 초록으로 색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려진다.

초록색 - 안전       빨간색 - 위험       노란색 - 주의 등



색깔은 생각보다 많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유럽에서 보라색은 권위와 존엄성을 나타내는 황제의 색깔이었다. 반면 중국에서는 노란색이 황제를 상징했다. 따라서 황건적이 노란 두건을 사용한 것은 황제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재미있게도 서양에서 노란색은 겁쟁이, 비겁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



빨간색은 쉽게 인식되는 강렬한 색깔 탓에 여기저기에서 쓰이지만 화장품에서 유독 자주 쓰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유인원의 암컷은 배란기가 되면 피부가 빨개지는데, 이것이 수컷을 유혹하는 신호로 작용하였고, 빨간색이 곧 생식능력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빨간색을 띠는 화장품이 발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세시대에는 빨간색이 성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색깔이었다. 매춘부들이 자주 입는 옷의 색깔이었으며, 홍등을 밝혀 알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에 이르자 빨간색의 의미가 추가된다. 프랑스 시민군이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겠다는 의미로 빨간 깃발을 사용하게 되면서 시민, 민중을 뜻하게 된 것이다. 시민, 민중의 단결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빨간색은 이후 사회주의 이념을 상징하는 색깔이 되었다.


영화 '레미제라블' 6월 봉기 장면



이슬람 문화권에서 초록색은 생명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색깔이다. 반면에 십자군 전쟁으로 맞부딪힌 반대 측, 유럽에서는 이슬람의 두려움을 연상시키는 색깔로, 공포와 악(惡) 한 것을 상징하기도 했다.


위키백과 - 초승달과 별기



남자의 색, 여자의 색?


분홍은 여자아이, 파랑은 남자아이라는 인식이 현재까지도 남아있다. 그러나 1920년대까지는 오히려 남자아이의 색깔이 분홍, 여자아이의 색깔이 파랑이었다. 피를 연상하게 만드는 빨간색에서 나온 분홍색은 남자아이를 상징하기에 최적의 색깔이었고, 성모 마리아의 색깔이었던 파란색이 여자아이에게 주어졌다. 이후 패션 업계에서 분홍색이 크게 대박을 치면서 분홍색과 여성성을 연관시킨 광고와 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색깔에 성별을 결부시키면 효과적인 것을 깨달은 마케팅 업계가 지금의 인식을 만들었다.


파란색의 우울함


파란색이 우울하다는 인식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파란색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의 눈이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듯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둘째는 피카소와 관련이 있다. 피카소와 친하게 지냈던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피카소는 우울증을 앓게 되고 이후 몇 년간 파란색이 메인인 작품을 그렸다는 이야기이다. 이 시기가 바로 피카소의 청색시대이다.

작가의 이전글 교양과 사회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