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ALATION - 숨

근자씨의 서재 - 테드 창이 선사하는 다양한 상상의 세계

by 근자씨


EXHALATION - 숨

테드 창 소설 / 김상훈 옮김 / 엘리

Ted Chang(1967~)



이 책은...

‘테드 창’? 한국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인데…라고 생각했다면 SF소설을 평소에 잘 읽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러하니까.

최근까지 SF 소설을 읽어 왔던 사람들 중에 열에 아홉은 ‘테드 창’을 알고 있었고, 그를 칭송했다.

하긴, 가장 최근에 읽은 SF소설이 ‘쥐라기 공원’ 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나는 SF소설보다는 SF영화를 선호한다.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했던 SF소설이 영화 속의 장면으로 시각화되었을 때 그 경이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그 정도 수준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현재의 기술로 SF영화의 장면을 실제보다 더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SF장르 영화의 팬으로서는 매우 기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나에게 점점 멀어져 가야만 했던 SF소설과의 접점은 이번에도 독서모임을 통해 다시 가까워졌다. (물론 다시 멀어질 것이 뻔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텐데,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 책의 표지를 넘겨본다.




어땠을까?


500 page가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9개의 단편과 중편으로 묶여있는 책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편씩 읽어 봄직하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숨, 우리가 해야 할 일,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데이시의 자동 보모,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거대한 침묵’, ‘옴팔로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KakaoTalk_20260309_220342347.jpg 과연 ‘테드 창’은 그의 명성에 걸맞은 어떠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In the Book...


THE MERCHANT AND THE ALCHEMIST’S GATE -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아라비안 나이트 풍의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20년의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세월의 문’을 통한 시간여행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과거로 돌아가도 이미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함정일까?

결국 과거를 아쉬워해도 현실의 나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다. 그저 과거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p. 56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과연 내가 20년 전의 나 또는 20년 후의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 과연 그때의 나는 그것을 따를 것인가? 아마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 줄 말이 있다면 그저 ‘불안한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 없고, 현실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그저 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인생을 즐기는데 집중하라고’고 이야기해 줄 수는 있겠다.)


EXHALATION - 숨


공기로 작동하는 기계의 이야기. 그 세계에서 자신의 뇌를 해부하며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는 이야기.


p. 86

지식을 원했기를, 우주가 내쉬는 숨으로부터 무엇이 생겨나는지 알고 싶다는 갈망에 의해 움직였기를 희망한다.


(기압차이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는 존재들. 소비되는 공기만큼 그들의 운명 또한 유한하다. 우리 또한 그러하다. 각자 ‘숨’은 유한하다. 그 ‘유한’ 안에서 ‘우주가 내쉬는 숨’으로부터 무엇이 생겨나는지 알고 싶다는 갈망. 그것은 진리 탐구에 대한 인간의 갈망이 아닐지…)


WHAT’S EXPECTED OF US - 우리가 해야 할 일

Pass 하겠다.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 -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KakaoTalk_20260309_221821630_02.jpg 책을 읽는 방법도 다양하듯이 느끼는 바도 다양하다. 그래서 독서모임이 재밌다.

인공지능 ‘디지언트’를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인공지능은 가상세계에 존재하지만, 물리적인 로봇 형태에 이식하여 함께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인간과 다른 인공지능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디지언트’를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대해야 하는가?


(어쩌면 이 책의 주제는 ‘조건 없는 사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상이 인공지능일 뿐.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Her’, ‘하이잭시’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 섹스, 로봇’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의 작품들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품들이 좋았다면 다 좋아할 만한 영화 작품들이다.)


DACEY’S PATENT AUTOMATIC NANNY -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19세기 산업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자동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기계식 자동 보모’ 이야기.


(어쩌면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자라는 것이 아닐까? 완벽한 부모가 완벽한 아이를 키워낼 수 없고, 부족한 부모가 부족한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 의지하면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 부모 자식 사이 아닐까?)


THE TRUTH OF FACT, THE TRUTH OF FEELING -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기억 보조 장치로 지나온 모든 기억을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게 된 세상. 그런 세상은 투명하고 맑은 세상일까? 아니면 지옥과 같은 악몽일까?


p. 327

글쓰기는 테크놀로지다. 따라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의 사고 과정에는 테크놀로지가 매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인지적 사이보그가 되며, 그 사실은 우리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억보다 기록이 더 오래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THE GREAT SILENCE - 거대한 침묵


전파망원경, 앵무새


p. 336

페르미 역설에 대해서는 이런 가설이 있다. 지적 종들이 안 보이는 것은 적대적 침략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 존재를 감추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페르미의 역설은 ‘거대한 침묵’이라고 불릴 때도 있다. 우주는 온갖 문명이 발하는 불협화음으로 가득 차 있어야 마땅하건만, 실제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다.


(여러 SF 영화 속에서 다양한 우주 생물체들과 교류하며 심지어는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거의 모든 SF영화에서는 대체적으로 각기 다른 우주의 두 문명이 마주 할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차라리 외계문명을 찾지 않는 것이 오히려 평화롭게 잘 사는 길이 아닐지…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지구적으로 전쟁이 수시로 발발하는 것을 보면, 외계인 만나기 전에 지구가 먼저 망할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문명이 발달하여 서로 만나기 전에 발달된 문명은 스스로 파멸해 왔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일 수도.)


OMPHALOS - 옴팔로스


창조론이 일반화된 세계에서 또 다른 이론을 탐구하는 과학자의 이야기


p. 393

이런 탐구야말로 제가 존재하는 목적입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그것을 선택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저 스스로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신(神)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인가?)


ANXIETY IS THE DIZZINESS OF FREEDOM -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프리즘이라는 장치를 통해 평행주우와 연결하여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나’와 짧게 소통할 수 있게 된 세상. 그 기술로 큰돈을 벌 수도 있게 된 세상.


P. 452

전문가들은 인간의 의사 결정은 양자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고전역학적 현상임을 지적했고, 따라서 선택한다는 행위 자체가 우주를 새로운 갈래들로 분기시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갈래의 평행우주를 형성하는 것은 양자 현상이고, 각 갈래에서의 개인의 선택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평행우주 세계관을 다룬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조사를 해 보진 않았지만, 영향을 받은 것은 확실해 보일 만큼 두 작품의 평행 우주관은 비슷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런 일에는 이유가 있다. 없다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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