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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May 16. 2021

가상화폐? 난 직접 채굴한다!

평범한 직장인의 어쩌다 가상화폐 채굴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상화폐 채굴용 데스크탑 컴퓨터가 2대, 가상화폐 채굴이 가능한 노트북 컴퓨터 1대를 갖게 되었다. 이 정도만 갖추는데도 수백만 원이 들었다. 누구는 미친 짓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이 3대의 컴퓨터가 한 달 용돈 정도는 벌어주고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채굴이 아니다! @Unsplash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 성격이 강하다고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나의 투자 대상으로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작년 코로나 이후로 주식시장에 대하여 긍정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도 ‘투기’ 보다는 ‘투자’로 바뀌었고, 투기색이 짙은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를 독려하고, 무작정 투자하기보다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덕분에 나도 그 흐름에 동참하여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 시장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금은 1년 사이 거의 10배가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작년엔 계속 주식시장이 호황이라 나름 수익률도 좋았다.

도지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가격이 널 뛰고 있다. (알트코인 =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화폐)

가상화폐는 ‘투기’이며, 블록체인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왜 갑자기 채굴을 하게 되었을까? 아주 작은 사건(?)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겨울이 끝나가는 2월의 어느 날 인터넷 기사를 하나를 보게 되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기사 길이도 짧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국의 어느 직장여성이 고성능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카페에 들어섰다. 그녀는 앉자마자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그러고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서 2시간 남짓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사이 노트북 컴퓨터는 커피 값에 상응하는 가상화폐를 채굴하였고, 그녀는 공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것은 최근에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하여 가능한 일이다.

적당한 이미지를 찾아 보았으나, 손을 보니 남자 같다.

이 짧은 기사를 지인들과 함께하는 한 단체 카카오톡 방에 전달했고,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게 가능한 일이야? 좀 과장된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그랬으면 저 노트북 불티나게 팔렸겠지."

"음… 노트북 사양이 안 나와서 모르겠는데, 불가능하지는 않죠."

"진짜? 그럼 나도 저 노트북 하나 사서 돌려 봐야겠다."

…….


단톡방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지만, 나는 이미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고, 블록체인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 검색한 내용들을 단톡방에 계속 공유했다.

단톡방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한 후배는 3년 전부터 가상화폐 채굴기를 돌리고 있었다. 예전에 가상화폐 채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흘려 들었었다. 그 후배로부터 개인톡이 왔다.


"형, 혹시 진짜 채굴에 관심 있어요?"

"응, 그냥 호기심에 알아보고는 있는데, 아직 까지 잘 모르겠다. 채굴이 가능한 노트북은 꽤 비싸구나."

"제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채굴컴퓨터 2대 있어요, 전기값도 많이 나오고 비트코인 폭락해서 이익도 안 나고, 시끄러워서 한 1년 안 쓰고 있는데…."

"그래?, 그럼 중고로 팔 의향이 있는지 한 번 물어봐라."


이렇게 가상화폐에 대한 기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채굴의 원리도 모른 채 중고 채굴컴퓨터를 구입하여 채굴을 시작했다. 채굴컴퓨터에 투자한 금액은 최대 1년 채굴하면 회수가 가능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상화폐 가격이 많이 올라서 6개월이면 가능할 수 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원래 하고 싶었던 ‘노트북 컴퓨터로 가상화폐 채굴하기’에 대한 호기심이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또 이런 기사를 보게 된다.

‘가상화폐 가격 상승으로, 채굴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GPU 품귀 현상 발생. GPU 가격 급상승, GPU를 구할 수 없어서 해당 모델이 장착된 노트북 컴퓨터도 불티나게 판매.’


그래픽 카드 - 덩달아 가격이 폭등 했다


노트북 컴퓨터로 진짜 채굴이 된다는 확신이 들었고, 채굴이 가능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예약 구매하게 되었다. 배송까지 1달 정도 걸린다는 판매처의 최초 이야기와는 달리 부품 수급 문제로 배송은 계속 지연되었다.

그러던 중에, 채굴 컴퓨터에서 채굴이 되고, 실제 현금으로 전환이 되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채굴컴퓨터를 사서 좀 더 좋은 성능의 GPU를 장착하면 좀 더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고 그 후에 계속 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판단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쿠x, Gx켓에서 채굴용 컴퓨터 부품을 알아보고 있었다. GPU가격은 내가 봐도 너무 비쌌고, 중고 부품을 알아보았으나, 사기 치는 것 같은 사람들도 많았다. 결국 1주일 넘게 중고x라, 당x마켓을 전전하다가,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 결국 새 GPU를 구매하였다. 1달이 지난 지금, 그 GPU 가격은 2배가 넘었다. 그러고 1주일 뒤에 GPU하나를 더 구매했다. 그 GPU도 가격이 1.5배 뛰었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정작 GPU가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기 힘들어진다는 비판은, ‘나도 GPU가 필요한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상품 가격이 변동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불법으로 이용하여 이익을 챙긴다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어쨌든 지금은 채굴 컴퓨터 2대와, 얼만전에 배송된 노트북 컴퓨터도 열심히 채굴을 하고 있다.

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해도 괜찮다. 만약 전기사용료 보다 떨어진다면 그냥 계속 채굴해서 쌓아 둘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내가 채굴한 가상화폐가 먼 훗날 날 일찍 은퇴시킬 만큼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으니까.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에 가깝다고 한다. 아니 그냥 대놓고 '투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가상화폐 채굴이야말로 가장 덜 ‘투기’스러운 가상화폐 투자가 아닐까?

계속해서 가상화폐 가격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아도 되고, 채굴이 되면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다.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해도 괜찮다. 그냥 계속 채굴해서 쌓아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채굴한 가상화폐가  훗날  일찍 은퇴시킬 만큼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으니까.


스마트폰으로 채굴컴퓨터의 채굴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가끔 확인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음~ 열심히 캐고 있군!”

그러고는 조기 은퇴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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