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날의 비는 청량하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같이.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이런 가사의 오래 된 가요가 있다. 이 노래를 흥얼 거린 다면 당신은 오래된 사람!
글을 쓰는 나도 오래 된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비가 좋았다.
한 여름에 내리는 비는 습도만 올려서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초여름의 비가 주는 청량함은 상쾌하기까지 하다.
여전히 비를 좋아하고 심지어는 비가 내리는 날 운전하는 것 마저 좋아한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꼭 비가 오는 날의 출퇴근 길에 교통정체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드니, 지난 추억이 많아져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그 추억은 대부분 아쉬움으로 끝나는 것들이어서 추억에 젖어 들다 보면 그 아쉬움에 우울감이 밀려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비만 오면 파전에 막걸리를 먹어야 한다며 삼삼오오 모여서 막걸리를 마시고는 했다. 아쉽게도 코로나 감염병이라는 놈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되었다.
4명 이상 모일 수 없기에 4명만 모이는 것도 애매해서 4명만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비오는 날은 이제 더 이상 밝은 느낌의 수채화가 아니라, 회색톤의 수묵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