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유목민 이야기, 근자씨의 불친절한 영화평
영화를 보고 한 동안 가슴속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직장생활을 이어온지 오래 되다보니, 이제 일을 해온 시간 보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짧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이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영화 속 현대의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그들의 삶이 불행하던 행복하던 상관 없이...
자극적인 내용이나 재미있는 요소는 거의 없다. 그래도 볼만한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일자리와 살자리를 모두 잃어 버린 주인공의 현대판 유목민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지방의 큰 공장 하나가 사라지면 그 지역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그 지역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Zip Code(우편번호)마저도 사라진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불황이었을 때 조선소가 있는 지역의 경제 타격이 컸었고, 최근에는 자동차 공장 때문에 그 지역 경제가 파탄나고 있다.
주인공은 현대의 유목민이다.
집없이 돌아 다닌다. 정확히는 집을 갖고 다니며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다.
주거가 가능하도록 개조한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일정기간 동안 머물기도 한다.
그들은 주인공의 대사 처럼 ‘Homeless’ 가 아니라 ‘Houseless’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단기 계약직 일을 전전한다.
Amazon 물류 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사업악화로 음식배달이나 택배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들의 모습이 비쳐진다.
‘Home’이 ‘가정’이라는 의미 라면 나 역시 ‘Homeless’ 다.
살기위한 자신만의 집을 구매할 여력이 없어 전월세를 떠돌아 다녀야하는 대한민국도 노매드랜드.
잔잔한 여운과 미국의 광활한 자연풍경이 기억에 남게 된다. 그러니 재밌다고 하긴 그렇다.
주인공은 주로 눈빛과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공사현장을 쫓아 일거리를 찾아 다니는 현대판 유목민은 우리나라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