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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Feb 11. 2023

어머니와 전원일기

근자씨의 불친절한 에세이

전원일기라는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면 나이대가 어느 정도 짐작이 갈 만큼 아주 오래된 MBC 드라마다.

검색해 보니,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 21일부터 2002년 12월 29일까지 방송되었던 농촌 드라마

‘라고 나온다.

그 드라마에 출연했던 분들 중에 최불암, 김혜자, 고두심, 일용엄니 등….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다.

수많은 고정출연자가 등장했던 '전원일기'. 각각의 캐릭터의 특성도 매우 분명해서 재밌었다.

왜 갑자기 ‘전원일기’ 이야기 인가?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어머니께서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셨다.

보고 계신 TV프로그램은 이미 종영되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전원일기’였다.

우리 집은 케이블 TV라 다른 재밌는 프로그램도 많은데 왜 하필 저 오래된 ‘전원일기’를 보고 계실까?


“아니, 저 옛날 드라마를 뭔 재미로 봐요? 다른 재밌는 것도 많은데.”

“전원일기 나올 때는 돈 버느라 바빠서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까 재밌네.”


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올라오는 짠한 감정을 느꼈다.

‘전원일기’ 본방이 인기 있었던 시절 - 사실 그 시절에는 본방사수 하지 않으면 재방송으로도 볼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대다수였다.


나의 유년기에 어머니는 미용사, 아버지는 과일 장사를 했었다.

전원일기는 보통 저녁시간에 했으므로, 일반직장인이거나 가정주부라면 어렵지 않게 시청이 가능했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시간대는 TV시청이 쉽사리 허락된 시간대가 아니었다.

그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사시느라 TV드라마 하나 제대로 못 보셨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짠 했다.


물론 이제는 내가 야근과 저녁약속 때문에 지상파 드라마를 방송시간에 맞춰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우리에겐 YouTube와 수많은 OTT서비스가 있으니, 언제든지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사실 드라마를 즐길 만큼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있지도 않다. 가끔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를 OTT서비스를 통해 볼 뿐이다. 혹시 나도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지금 못 본 드라마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게 될까?


어머니의 즐거운 '전원일기' 다시 보기가 정말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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