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영화리뷰
Youtube에 수많은 영화 소개 동영상이 올라온다.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어떤 영화를 선택하는데 종종 도움을 받기도 하고, 제목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는 영화를 그 소개 동영상을 보고 감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소개동영상은 너무나 친절하고 자세하게 영화를 소개해 줘서 그 영화를 볼 필요마저 없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지만, 나의 영화 선택에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어느 날 우연히 ‘오토라는 남자’라는 영화소개 동영상을 보게 됐다.
영화 소개 동영상을 보다가, 너무 자세한 소개에 혹시나 영화를 안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동영상 보기를 끊고 인터넷에서 ‘오토라는 남자’에 대해 검색을 해 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는 평이 많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이다.
우리나라 영화들을 포함하여 비영어권 국가에서 잘 만들어진 많은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미국사람들은 자막을 보며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사실인 것 같다. 글을 빨리 읽지 못하는 등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인구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미국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새 이런저런 삶의 스트레스에 잔잔한 울림이 있는 영화가 땡겼었는데, 잘 됐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주연배우가 ‘톰 행크스’이기 때문이다.
그가 주연한 영화는 그냥 믿고 봐도 된다.
영화 첫 장면은 오토라는 나이 든 남자가 마트에서 밧줄을 구매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그가 얼마나 꼰대인지 묘사하는 장면은 왜 그의 꼰대스러운 성격을 초반부터 각인시킨다.
그가 구매한 밧줄의 용도가 어떤 용도인지 나중에 알게 되는데, 밧줄 조금 사는데 왜 그리 날카롭게 구는지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새로운 이웃은 그를 귀찮게 하지만, 그가 계속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
그가 계속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준 이웃들과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선사한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캐스팅이 어마어마하지도 않은 영화.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잔잔한 울림’이 있는 영화.
인간이 느끼는 스트레스 관한 연구에서 ‘배우자의 사망’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 그다음이 자식의 사망, 그다음이 부모님의 사망이다.
누군가를 먼저 보낸 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떠나간 빈자리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언젠가는 본인도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또 누군가도 본인의 빈자리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삶이다.
Otto는 배우자를 빈자리만을 생각하고 떠나려고 했지만, 그가 떠나게 된 후의 이웃이 느낄 그의 빈자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근자씨의 불친절한 영화평
배우자를 먼저 보내기 싫어서 배우자를 만들지 않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곁에 없는 자식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
운전을 가르치는 데는 엄청난 인내력이 필요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을 열지 말고 지갑을 열어야 좋아한다.
역시나 집은 하나 있어야 그나마 노후가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