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서재 -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행복 가이드 북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최재훈 지음
인지심리학, 개인심리학….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책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박한 삶에서 그나마 나 그리고 나와 연관된 사람들의 심리라도 제대로 알면 사는 게 좀 덜 힘들까?
그래서 그런가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다.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고자 했던 시도에서 최근에는 나를 돌아보고 알아 가고자 하려는 시도를 내용으로 하는 책들이 인기가 있어 보인다.
나는 예민한 사람인가, 무던한 사람인가?
지인들 중에 어떤 이는 내가 너무 민감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무던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친절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의 변화를 잘 감지하고, 어쩔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집중하거나, 변화무쌍한 감정의 연애 상대에게 상당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그 피로감을 알기 때문에 쉽게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일수도…)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인 ‘HSP (Highly Sensitive Person)’가 ‘나’ 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p. 007
인간에게는 인지적 종결 욕구하는 본능이 있다.
무언가 납득할 수없고, 이해되지 않는 게 있으면 그것이 해소될 때까지 상당한 내적 불편감을 겪게 됩니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계속해서 불안감과 공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질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면,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면 어느 순간 퍼즐이 맞춰지면서 ‘아하 모먼트(A-ha moment)’에 이르게 됩니다.
1장을 읽으면서 내가 HSP 인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가면 스트레스를 좀 덜 받거나 해소할 수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p. 037
진짜 예민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감히 자신의 예민성을 드러내지 못하므로, 겉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예민하고 까탈스럽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예민함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거나, HSP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 경우,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습관적으로 본인의 까탈스러움을 자주 어필하는 경우라면 HSP가 아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p. 047
힘들 때, 짜증 날 때, 괴로울 때, 잠시라도 마치 외향형인 것처럼 행동해 보는 것은 내향적인 HSP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거나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거나 등산이나 여행을 하는 등 에너지의 흐름을 전환시켜 외부로 발산하는 겁니다.
(힘들고 지칠 때, 점점 더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탁 트인 곳으로 올라가 풍경을 만끽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p. 053
HSP들에게 잘 안 맞는 사람들은 에너지 날강도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관계를 정리할수록 좋습니다.
선택적 관계와 풍성한 취미 그리고 의무적 휴식, 이 세 가지만 기억한다면 HSP의 삶의 질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p. 057
예민한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서 매 순간을 마치 절체절명의 위기처럼 느낀다.
도저히 다루기 힘든 감정들이 나의 내면을 잔뜩 휘감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그 감정들을 봉인하고, 절대 밖으로 꺼내 놓지 않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HSP들이 때때로 입을 꾹 닫은 채 무감정한 사람처럼 구는 이유입니다.
(내가 갈등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와 나보고 무뚝뚝해 보인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p. 069
예민한 사람들에게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주관과 행복의 기준을 갖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모든 인간관계에서 HSP들이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 줍니다. 해법이라기보다는 그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지 설명해 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결혼과 육아에 있어서도 HSP 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힘든 경험이 될 수 있는지 알려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SP 특성상 ‘어떻게든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낼 것’이고, ‘반드시 언젠가는 본인의 정체성을 완성한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p. 094
안타깝지만 인생의 비극 중 하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고난을 함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이어야 하고 그런 사람이어야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p. 107
인정 욕구에 얽매이지 안혹 미움받을 용기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 ‘항상 좋은 사람일 수는 없어. 에너지가 부족할 땐 내가 우선이 돼야 해’와 같은 명제가 ‘그러니 오늘은 돕지 않겠어’라는 명제를 거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p. 109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친절한 사람도 좋은 사람이지만,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나에게 친절한 사람 역시 좋은 사람입니다. 때로는 남의 눈치 말고 자기 자신의 눈치도 잘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 131 - 결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현실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의 최대 장점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인내하며 성장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과 육아라는 난관에서도 아마 제각각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고통은 항상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몰랐던 나의 면모들을 진하게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HSP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점 한 가지는 예민한 사람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본인의 정체성을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회피할 수 있는 실질적이지만, 쉽게 따를 수 없는 조언들도 있다. 결혼과 연애를 포기하라고 한다거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 등.
‘No Gain, No Pain’ 뭔가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면 고통이 없단다. 천재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겠다.
p. 153 -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괴리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을수록 현실과 기대 사이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고, 불안이나 우울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만성 스트레스는 인간이ㅡ 기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게 되고, 에너지가 없으니 자꾸만 쉬고 싶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합니다. 하지만 쉰다고 해서 해결이 될까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고, 피곤해지기만 할 뿐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과 이루고 싶은 것들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No pain, no gain”을 거꾸로 하면 “No gain, no pain”이 됩니다. 즉 얻고자 하는 게 없다면 더 이상 불안도, 우울도, 스트레스도 없을 거라는 의미죠. 의무적 자아, 이상적 자아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실 속 나’에 집중하면서 그저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겁니다. 꼭 남들과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만의 세계에서 자족하며 살 수 있는 삶. 이 또한 충분히 축복받은 인생입니다.
(남들과 같은 기준을 들이대면 불행한 인생이고, 현재에 만족할만한 기준을 대면 오히려 행복한 삶 일 수 있다. 1등이 되고 싶은 2등은 괴롭지만, 꼴찌라도 상관없는 사람은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그냥 ‘Just do it!’, 그냥 뭐라도 하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조금이나마 생산적인 일들을 하면서 내 이상적, 의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간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겁니다.
p. 154
호랑이를 꿈꾸지 않는 고양이는 평화롭습니다. 호랑이를 꿈꾸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는 괴롭습니다. 호랑이를 꿈꾸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고양이는 활력이 넘칩니다. 이 중 어떤 모습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내 이상은 저 높은 곳에 있어서 이제까지 열정적으로 살아왔으나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 같다. 호랑이가 되고자 했던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가 되기로 마음먹어야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 195
심리학에서 에너지 충전의 공식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뭘 할 때 행복하고, 뭘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p. 196
힘들고 지칠 때, 신경이 곤두설 때, 멘타이 항아리가 비어 가고 있을 때 행복 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실천한다면 예민한 사람들의 에너지는 급속도로 충전될 수 있습니다.
p. 209
근육이완 시키는 나만의 루틴과 함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예민한 사람들의 삶의 질은 현저히 좋아질 수 있을 겁니다.
(나도 모르게 근육을 이완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을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라는 조언은 처음 접해 보는 듯하다. 항상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타인의 시선에 너무 신경을 쓰면서 살아왔는데…. 1인칭으로 바라보기! 나에게 도움이 될 수도…)
p. 213
인정 욕구를 내려놓고 나면 더 이상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남들이 결정짓게 두지 않습니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내적인 요소들로 채워지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는 기준과 상관없이 내가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죠.
(참기 힘든 인정욕구의 유혹. 스스로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런 목표는 무엇이 있을까?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브런치 연재… 등 일단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는 하다.)
p. 216
감사 노트는 작성할 당시에도 뇌의 쾌감 중추가 활성화되지만, 노트를 다시 읽어볼 때도 쾌감 중추가 자극된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접입니다.
(일기 쓰기는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기록의 쓸모!)
p. 223
인생이란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이요.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다. - 라브뤼에르
감정에 집중하면 인생은 너무나 비극입니다.
‘그럴 수 있어. 누구나 그래. 그게 정상이지’
p. 233 - 불행하지 않을 선택을 할 것
성격심리학에서 보았을 때 내향적일수록 행복감을 덜 느끼고, 신경성이 높을수록 불행감을 더 느끼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성이 높은 내향인들은 행복에 둔감하면서 불행에는 민감한 성향을 지니기 때문에 모든 의사 결정에서 ‘불행하지 않을 선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p. 234
“행복의 본질은 갓 구운 빵을 찢어 먹을 때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만족감 같은 것” - 무라카미 하루키
p. 250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여러분의 취미생활을 절대 놓지 마세요. 예민한 사람들의 고통은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가꿔나가는 과정에서 깨끗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총평
이 책의 Prologue에 예민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질문이 23개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13개 ~ 15개 정도 해당하는 것을 보면 나는 예민한 사람인 것 같다.
주변사람들에게도 Test를 해 봤는데, 20개가 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도 언뜻 보기에는 무던해 보였으나, 그 무던함을 유지하기 위해 그 친구는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오며 살아왔을 것을 생각해 보면, 짠한 동정심마저 느껴졌다.
요소요소 여기저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 많았다.
아쉬운 점은 좀 더 일찍 (많이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지나왔던 삶이 조금은 덜 무겁지 않았을까라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이제서라도 이 책을 통해 나를 좀 더 돌아보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나에게 좀 더 잘해 주어야겠다는 생각.
행복은 복잡한 게 아니다. 작은 행복을 루틴화 하자.
정형화된 행복기준을 나에게 들이대지 말자.
나만의 행복을 찾아 나아가길. 나를 응원한다.
두줄 평
'행복의 기원'의 확장판 'HSP를 위한 행복 안내서'느낌.
불행하지 않음, 소소한 행복, 스스로를 아껴라. 나에게 잘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