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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물속에 그것들은 무엇?

근자씨의 서재 - 이게 실화라고?

by 근자씨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Why Fish Don’t Exist

Lulu Miller


My Prologue


단지 누군가 나에게 ‘재밌을 것이다'라는 추천만으로 선택한 책이다.

이과 출신의 공대를 졸업한 사람의 상상력의 한계였을까?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생물학 에세이 같은 책 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막연한 궁금증이 들었다. 왜 물고기가 없다고 했을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듯이 물고기가 육지 동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사실 육지동물이 물로 들어가서 물고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

대략 이런 궁금증들을 가지고 책을 주문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알아보지 않는 편이라, 처음 책을 접할 때 종종종 희한한 상상을 하곤 한다.)

영문 제목 Why Fish Don’t Exist를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 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라고 번역하지 않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단언적인 표현을 사용했을까?

물고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일까?

KakaoTalk_20250726_164638995_02.jpg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찬양하는 글귀가 책 뒷면 표지 가득하다.

In the Book


p. 41

그러나 눈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각기관이어서 사람에 따라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바로 그 똑같은 뜨거운 땅이 데이비드에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개, 해면동물, 해초들로 반짝거리며 환영의 손짓을 보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실을 작가도 알고 있던 것인가? 사람의 생각의 크기에 따라 보이는 것과 크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

p. 44

“신성한 사다리” 개념: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고, 이어서 동물과 곤충과 식물, 바위 등으로 이어지는 연속체상의 모든 생물을 하등 한 생물부터 신성한 생물까지 차례로 배열할 수 있다.


(어디선가 보았던 글이 생각난다. 과연 식물은 하등 한가? 특히나 나무는 수백 년을 살고, 쓸데없이 움직이지 않으며, 스스로 영양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통해 생명을 이어나간다. 인간이 나무보다 나은 피조물인가?)

KakaoTalk_20250726_164638995.jpg 신성한 사다리, 과연 인간은 사다리의 높은 곳에 있을까?

p. 93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 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 이름에 대한 존재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겠는가?)


127.

“행복은 행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데서 나온다.” 내 생각에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그가 말하려는 요점 같다.

(생각에 빠지는 것보다, 실행이 낫다.)


141.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는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인간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의미 인가? 어떤 지적 생명체가 달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이제는 화성에 가려고 하고 있다.)

82321_60102_4311.jpg 삽화들이 매우 좋다.


p. 142.

‘그릿 Grit(끈질긴 투지)’

끈질김을 뜻하지만 그보다 귀에 착 붙는 단어, 그릿. ”“긍정적 피드백”이 없는데도 “매우 장기적인 목표”에 로봇처럼 뛰어들게 해주는 것, 그릿. 머리로 벽을 반복적으로 들이받을 수 있는 능력.


p. 146.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가 가져 마땅한 미치광이들이 생겨난다.” 영국의 역사가 로이 포터 Roy Porter가 언젠가 쓴 말이다.

(우리 시대를 변화시킨 미치광이들. 스티브잡스, 엘런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미치광이 들이다. 어떤 미치광이가 나타나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단, 히틀러와 같이 나쁜 영향을 끼치는 미치광이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151.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들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난, 여기서 최근에 파면당한 대통령이 떠올랐다. 자기기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상황은 통제할 수 없다. 올바르게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하다.)


p. 223

“어떻게 계속 살아가시는 거예요?"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내가 평생에 걸쳐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물어왔던 질문이다. 그것은 내가 데이비스 스타 조던의 인생에 관해 조사하며 여러 해를 보낸 이유였으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며, 내가 그 곱슬머리 남자를, 차가운 지구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그의 매혹적인 방식을 그토록 놓지 않으려 버텨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왜, 어떻게 계속 살아가는 걸까? 연봉의 숫자가, 모임의 횟수가, 취미의 개수가, 자동차의 가격이, 집의 면적이 과연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그것들은 삶의 본질과는 무관하기에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계속 혼자이므로 이렇게 된 것인가?

그리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p. 268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물고기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곧 ‘사다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제대로 이해한 것인가….) 사다리는 곧 위와 아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나눈다는 것. 사다리의 맨 위가 좋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My Epilogue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속의 이야기가 실제 하는 이야기(물론 문학적인 각색이 추가된)라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다.

결국 물고기(fish)라는 분류가 사다리식 세계관(질서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분류에 의한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그것을 깨닫게 되고 그런 깨달음을 통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간다.


ChatGPT에게 이 책의 내용을 물어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우리가 믿고 있는 ‘질서’가 실은 인위적인 것일 수 있으며,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이자, 혼돈과 불확실성을 포용하자는 초대장입니다.


내가 믿고 있던 질서와 원칙은 다른 세계(물리적으로 다른 곳, 시간상 다른 곳)에서도 과연 ‘질서와 원칙’ 일 수 있을까?

천동설을 믿었던 시대의 질서와 원칙은 현대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AI의 시대가 온다 한들 인간은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내가 알고 있는 ‘질서와 원칙’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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