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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머리 소년 Oct 27. 2020

 물의 알쓸신잡, #1 라면 먹고 갈래?

라면은 늘 옳지만, 라면 물은 늘 더디게 끓는다

"물이 알.쓸.신.잡.이 될 수 있을까?"

[ 예능프로 알.쓸.신.잡, 출처 : tvN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줄여서 알.쓸.신.잡.이라는 예능프로가 있었다.

교양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고, 알아둬 봤자 쓸데가 없다고 ‘셀프디스’를 했음에도 이 예능프로는 분야를 넘나드는 출연진들의 잡학과 입담 덕분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주로 다루는 주제는 신비하긴 한데, 알아둬도 당장 쓸데는 없는 잡학이었다.  


지금은 종영된 프로지만, 이 프로가 지금도 방송 중이었다면 물도 알쓸신잡에 출연할 수 있었을까? 이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신비해야 하는데 물이 신비하다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물의 성질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신비함 그 자체이다.



“라면 먹고 갈래? 근데, 왜 물이 빨리 안 끓는거야?“

[  출처 : 롯데푸드 ]


라면은 늘 옳다. 그리고, 라면 물은 늘 생각보다 더디게 끓는다.

가스렌지 위에 냄비 올린 지가 한참 된 것 같은데, 냄비만 뜨거워지고 냄비 안에 있는 물은 김만 날 뿐이다. 왜 이렇게 더디게 끓지? 급한 마음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냄비 속에 있는 물은 냄비보다 엄청 늦게 데워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디게 끓는다.


어떤 물질이 열을 받았을 때 더워지는 정도를 비열이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의미는 물질 1g의 온도를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따라서 비열이 크다는 것은 일정한 온도를 올리는데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덥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은 지구상에 있는 물질 중 비열 크기로는 국가대표급이다. 그래서 물의 비열을 1로 정하고 그걸 기준으로 다른 물질의 비열을 정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의 비열을 보면 알코올 0.58, 알루미늄 0.2, 유리 0.2, 철 0.1, 금 0.03, 납 0.03 등이다. 라면 냄비가 쇠로 만들어졌다면 물에 비해 1/10의 비열을 갖기 때문에 물에 비해 10배 정도 더 빨리 뜨거워진다.



"남극과 북극, 어디가 더 추울까?"

여름철 바닷가에서 백사장의 모래 위는 맨발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지만, 파도에 젖은 모래 위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물과 모래의 비열 차이이다. 모래의 비열은 0.2 정도로 물의 1/5 수준으로 물보다 5배 정도 더 뜨거워진다. 

낮에는 육지가 더 뜨거워져 더워진 공기는 가벼워져 상승하고 이 빈자리는 바다에 있는 공기가 이동해 채워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부는 해풍이 생긴다. 더운 한낮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밤에 육지는 금방 식지만 바다는 아직 더워져 있기 때문에 낮에 일어났던 현상의 반대현상이 일어나 육풍이 분다.


물이 가지고 있는 잘 덥혀지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는 성질은 급격한 온도변화를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절반 이상이 물로 채워져 있는 우리 몸의 온도조절 기능이 그렇고, 지구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가 지구의 온도조절기 역할을 한다.

지구는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가 각각 영상 60℃와 영하 60℃ 정도로 약 120℃의 온도 차이가 난다. 비슷한 태양에너지를 받지만 물이 없는 달은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가 각각 영상 130℃와 영하 180℃로 300℃ 이상의 온도차가 난다. 이것은 바로 물에 의한 온도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

물론, 두 지역 모두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지만 남극의 평균 기온은 영하 55℃ 정도로 북극 지방의 영하 35~40℃에 비해 훨씬 춥다. 그 이유는 북극은 바다이기 때문에 물에 의한 온도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은 모두 얼음으로 뒤덮여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남극은 땅 위에 얼음이 있는 것이고 북극은 바닷물 위에 얼음이 떠 있는 것이다.


"사막에서의 폭염, 그리고 추위"

[ 영화 '마인(Mine, 2016)' ]


몇년 전 '마인(Mine, 2016)'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사막에서 작전 중 지뢰를 밟고 고립된 한 해병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사막에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주인공을 괴롭히는 수많은 적들은 적군이 아닌 작렬하는 태양, 갈증, 배고픔, 맹수, 그리고 추위다. 주인공은 낮에는 폭염에 목이 타들어가지만, 밤이 되면 뼈 속 깊이 파고 드는 추위와 싸운다.

'사막에서 추위라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물이 없는 사막에서는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50℃를 훌쩍 넘지만 밤에는 1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사막에서의 전쟁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 후반부에 소름끼치는 반전이 있다.

영화 내내 주인공을 괴롭히던 것들은 폭염, 갈증, 배고픔, 그리고 추위로 비춰졌지만, 사실 영화에서 주인공을 괴롭힌 적은 따로 있었다.


답은 영화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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