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알.쓸.신.잡.이 될 수 있을까?"
[ 예능프로 알.쓸.신.잡, 출처 : tvN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줄여서 알.쓸.신.잡.이라는 예능프로가 있었다.
교양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고, 알아둬 봤자 쓸데가 없다고 ‘셀프디스’를 했음에도 이 예능프로는 분야를 넘나드는 출연진들의 잡학과 입담 덕분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주로 다루는 주제는 신비하긴 한데, 알아둬도 당장 쓸데는 없는 잡학이었다.
지금은 종영된 프로지만, 이 프로가 지금도 방송 중이었다면 물도 알쓸신잡에 출연할 수 있었을까? 이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신비해야 하는데 물이 신비하다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물의 성질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신비함 그 자체이다.
“라면 먹고 갈래? 근데, 왜 물이 빨리 안 끓는거야?“
[ 출처 : 롯데푸드 ]
라면은 늘 옳다. 그리고, 라면 물은 늘 생각보다 더디게 끓는다.
가스렌지 위에 냄비 올린 지가 한참 된 것 같은데, 냄비만 뜨거워지고 냄비 안에 있는 물은 김만 날 뿐이다. 왜 이렇게 더디게 끓지? 급한 마음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냄비 속에 있는 물은 냄비보다 엄청 늦게 데워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디게 끓는다.
어떤 물질이 열을 받았을 때 더워지는 정도를 비열이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의미는 물질 1g의 온도를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따라서 비열이 크다는 것은 일정한 온도를 올리는데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덥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은 지구상에 있는 물질 중 비열 크기로는 국가대표급이다. 그래서 물의 비열을 1로 정하고 그걸 기준으로 다른 물질의 비열을 정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의 비열을 보면 알코올 0.58, 알루미늄 0.2, 유리 0.2, 철 0.1, 금 0.03, 납 0.03 등이다. 라면 냄비가 쇠로 만들어졌다면 물에 비해 1/10의 비열을 갖기 때문에 물에 비해 10배 정도 더 빨리 뜨거워진다.
"남극과 북극, 어디가 더 추울까?"
여름철 바닷가에서 백사장의 모래 위는 맨발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지만, 파도에 젖은 모래 위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물과 모래의 비열 차이이다. 모래의 비열은 0.2 정도로 물의 1/5 수준으로 물보다 5배 정도 더 뜨거워진다.
낮에는 육지가 더 뜨거워져 더워진 공기는 가벼워져 상승하고 이 빈자리는 바다에 있는 공기가 이동해 채워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부는 해풍이 생긴다. 더운 한낮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밤에 육지는 금방 식지만 바다는 아직 더워져 있기 때문에 낮에 일어났던 현상의 반대현상이 일어나 육풍이 분다.
물이 가지고 있는 잘 덥혀지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는 성질은 급격한 온도변화를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절반 이상이 물로 채워져 있는 우리 몸의 온도조절 기능이 그렇고, 지구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가 지구의 온도조절기 역할을 한다.
지구는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가 각각 영상 60℃와 영하 60℃ 정도로 약 120℃의 온도 차이가 난다. 비슷한 태양에너지를 받지만 물이 없는 달은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가 각각 영상 130℃와 영하 180℃로 300℃ 이상의 온도차가 난다. 이것은 바로 물에 의한 온도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
물론, 두 지역 모두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지만 남극의 평균 기온은 영하 55℃ 정도로 북극 지방의 영하 35~40℃에 비해 훨씬 춥다. 그 이유는 북극은 바다이기 때문에 물에 의한 온도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은 모두 얼음으로 뒤덮여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남극은 땅 위에 얼음이 있는 것이고 북극은 바닷물 위에 얼음이 떠 있는 것이다.
"사막에서의 폭염, 그리고 추위"
[ 영화 '마인(Mine, 2016)' ]
몇년 전 '마인(Mine, 2016)'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사막에서 작전 중 지뢰를 밟고 고립된 한 해병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사막에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주인공을 괴롭히는 수많은 적들은 적군이 아닌 작렬하는 태양, 갈증, 배고픔, 맹수, 그리고 추위다. 주인공은 낮에는 폭염에 목이 타들어가지만, 밤이 되면 뼈 속 깊이 파고 드는 추위와 싸운다.
'사막에서 추위라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물이 없는 사막에서는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50℃를 훌쩍 넘지만 밤에는 1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이 영화는 언뜻 보면 사막에서의 전쟁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 후반부에 소름끼치는 반전이 있다.
영화 내내 주인공을 괴롭히던 것들은 폭염, 갈증, 배고픔, 그리고 추위로 비춰졌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괴롭힌 적은 따로 있었다.
답은 영화에서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