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묵직한 도끼는 파리하게 날이 선 칼이 되었다.
저자 조국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위한 조림돌림과 멍석말이에 비유했다. 충분히 공감한다. 본인을 넘어 가족, 그리고 본가와 처가까지 탈탈터는 압수수색은 검찰의 무리수였다고 본다. 검찰의 수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책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고 검찰의 모든 수사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던 자신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었다고 적고 있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가족의 피를 펜에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으로 책을 쓴다고 했다. 다시 한번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가족과 연루된 몇몇 사건이 법정에서 실형이 선고된만큼 그도 완벽하게 억울할 수는 없을 듯하다.
책의 많은 부분은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검찰 수사의 부당함과 보수 언론의 편파적 보도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간 검찰이 연루되었던 비리 사건을 제시하며 검찰 개혁이 필요한 논거로 삼고 있다. 그와 대척점에 있었던 윤석열을 하이에나에 비유한다. 물론 본인이 직접 기술하지는 않고 모 언론사의 기사를 빌렸지만 말이다. 많이 밉고 많이 힘들었다는 방증이다.
책의 저술 관점은 당연하게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사건과 기사에 대한 평가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고 판단이다. 대한민국에는 조국을 지지하는 세력도 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저자는 지지하는 목소리만 책에 담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검찰이 흘린 루머를 보수언론과 야당이 각색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서초동 집회를 예로 들면, 서초동에는 검찰 개혁을 외치는 촛불집회도 있었지만, 조국 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의 집회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인 장관을 지낸 사람이라면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반대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 얘기도 책에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전에 내가 알던 교수 조국은 도끼였다. 상대가 재벌이든 정치인이든 가리지 않고 시원하게 격파해 주는 도끼였다. 커다란 나무도 한방에 찍어내는 묵직한 도끼 말이다. 하지만, 책에서 접한 전 장관 조국은 칼이 된 느낌이다. 파리하게 날이 선 칼 말이다. 칼은 날이 예리할수록 절삭력은 뛰어나지만, 쉽게 이가 빠지거나 무디어질 수 있다.
책을 접고 나서 든 생각은 저자에 대한 공감과 안타까움이다.
먼저, 가장으로서 내 가족이 도륙되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심정에 대한 공감이다. 이 공감은 정치적 관점과 검찰 수사 결과를 떠나 가장의 한 사람으로 느끼는 인간적인 연민이다.
그 다음은 안타까움이다. 그간 내가 알던 묵직한 도끼 같던 한 사람이 파리한 날을 가진 칼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제 그 칼은 스치는 모든 것을 베일 듯 날이 섰지만, 굵직하고 단단한 것들을 묵직하게 쪼개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