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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Jan 13. 2024

건물주의 아들

'23





 그러나 과외가 안 잡혔다. 그래서 지원했다.

 일주일 중 거의 유일하게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시간이었다. 초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임시적인 시간에 낯선 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하는 건 쉽지 않다. 화이트보드를 지울 때면 한 주가 종결된 듯 힘이 풀렸다.

 빌런이 될 수 없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어 돌아가며 한 번씩 빠졌고 나의 사정은 돈이었다. 이상한 방식으로 그 책임에 맞섰다.

 다들 건설적이었다. 한 번은 예고 없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복도의 눈치를 보며 8인용 공간에 홀로 있었다. 휘청했다. 결국엔 돈이었지만 헛수고를 했다는 기분이 지배했다. 소침해져 머리가 잘 안 돌아갔다.

 아빠가 주신 쿠폰들로 조촐한 회식을 했다. 양이 적어서 수프를 샀다. 한 명은 수학과 복전에 대해 물었다, 엄한 사람에게.

 회식이 끝나고 따로 컵밥을 먹었다. 홀의 천장의 하얀 조명을 올려다봤다. 한 시기가 귀결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서 둥근 벽에 돗자리가 걸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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