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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r 06. 2024

「어린아이의 꿈」



혹여 나아감에 있어 숨이 찬다면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겠다
- 〈처음의 마지막〉中


 표지와 제목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서평단에 신청했었다. 재밌게 읽었다. 시집 서평은 처음이라 어떻게 써야할지 살짝 감이 안 온다. 읽은 직후는 아니었지만 문득 영감을 얻은 듯한 부분이 있어 짧은 답시도 써봤다. 인용한 시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모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았다. (길과 거리, 바다에 비친 하늘, 윤색, 녹색 필름지, 인질극, 그냥 그저 그런대로, 젊음이란 속임수, 겨울밤 새싹, 전부일지 모르는 일부) 하나같이 그 시에서 느꼈던 인상을 제목에서 얼마간 복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특히 시집은 유한한 몇 개의 부분을 짚어 전체를 함의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흐름이 포착되는 방식이 연속적이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단속적이지도 않지만.

 정량적인 수확은 ‘여지하다’라는 말을 배웠다는 것. 느티나무에도 열매가 있음을 알게 된 것. 녹색 필름지가 정확히 뭔지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인상은 획득했다. 그가 무엇을 멀뚱멀뚱 보고 있을까 생각이 든다. 빨간 여름의 이미지도 겪어보지 못한 신선함이었다. 시는 안 그래도 짧지만 특히 압축적인 시 중에서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보고 있었다.

 불친절하지는 않았던 것이 대부분 까다롭지 않고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으로서 1인분을 지키는 감정의 도량을 담았다, 그게 무슨 일이든 자신이 보고 느낀 것, 마침내 남아버린 자신에 대해서. 단순히 내용을 대표, 요약하거나 예고하는 식으로 기능하지 않았던 제목의 활용방식이 기억에 남는다. 시다운 시를 읽은 것 같다. 가벼운 것들로 그림을 그리는 이런 방식으로 나도 무언가를 느끼고서 표현할 수가 아직은 없다. 어떤 시들은 생각하게 했지만 어렵지 않았다.

 인용한 부분은 신기했다. 분명 숨을 쉬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머릿속으로는 나아가지 않겠다고 읽으려 했다. 그렇다면 숨이 막히도록 나아가겠다는 뜻인 걸까, 아니면 뭘까. 80개가 넘어 보이는 시들이 전부 몇 년에 걸쳐 쓰여진 것일까, 언제 시상을 얻고 쓴 것일까 생각한다. 이것은 작가에게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옹골진 것일까, 듬성듬성한 것일까. 잘 보이지 않는 느티나무의 열매는 가지가 부러지면 이파리의 날개짓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답시 :)

 정지하지 않은 상흔




 출렁거리고 시간이

 어느새 두둔하고 있다





#서평 #서평단 #시집 #계승민 #어린아이의꿈 #메이킹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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