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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r 14. 2024

〈퓨마의 돌(가제본)〉


6. 냉정한 사람들 中)

 얼마 전까지 우리 이웃이었고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었는데 전염병 때문에 모두 냉정해졌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현실을 비추고 있는 이야기이다. 어른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이 읽으며 팬데믹 시기의 사회적 의미를 상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걸 반영한 부분들이 일관된 서사의 흐름을 구축하는 목적으로만 기능할지는, 처음 절반의 내용을 포함하는 가제본을 읽고 확실히는 느낄 수 없겠다. 하지만 꼭 서사의 빌드업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청소년 독자들이 책에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서 유효한 정도였다고 생각이 든다. 그림은 그것이 주는 느낌과 레이어를 만화처럼 배치한 방식이 좋았다. 표지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따라서 좋은 책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으니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서평을 전개해보려 한다.

 책의 중심 설정은 므레모사나 사자의 대변인을 떠올리게 한다. 즉, 사람은 나무가 되고 이는 인간성의 위협으로 취급되어 질병으로 관리된다. 작가가 왜, 그리고 어쩌다 이 소재로 책을 쓰게 되었을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락다운 시기에 집에 장시간 머물러야 했을 때, 창문 밖으로 나무만이 내다보이던 그 장면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산책을 하며 무심결에 지나치던 나무들의 초록이 고정된 폐쇄감과 고립감의 색깔로 전환되었었듯이. 문득 깨닫기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건, 과연 아이들은 그 때를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기 전부터 자신의 폰을 갖게 되니까 어쩌면 안 답답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주인공 소녀가 자폐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도 상통한다고 느꼈다.

 그 외에도 요소들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고 좋았다.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소리를 채집한다는 행위. 음악에 진심인 아티스트들이 앨범 제작 과정에서 그러한 고행을 감수한 사례를 몇 알고 있다. 해외 여러 곳의 구체적인 랜드마크와 자연유산을 언급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팬데믹 시기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그것들을 통해 서사의 무대를 지구로 확장시킨 것도 좋았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막혀있었으니까. 초자연적인 설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그림에 조금 더 안개가 자욱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각하는 게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그보단 주변적인 요소로서 자폐아동에 대한 돌봄노동과 홈스쿨링,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 분열의 초기 신호로서 외국인 희생양 삼기 등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주인공 자신의 혼혈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이중적 배제의 맥락은 정말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느껴졌다. 읽지 못한 후반부에서는 이것들이 중심 설정과 얽힐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한참 전에 퇴고까지 끝났더라도 코로나가 종결된 현 시점에서야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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