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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r 12. 2024

〈지켜보고 있다! 너의 디지털 발자국〉



45. 밤에는 감수성이 풍부해져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요.


 잘 읽었다. 비록 지금의 나는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유의하는 일들이지만, 초등학생 때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 짐작한다. 그래서 좋은 교육적 자료다. 책은 디지털 발자국을 시작으로 사이버 범죄, 사이버 폭력, 개인 정보 공개, 악플, 인터넷 사기 등 현 시점의 디지털 환경에 맞는 잠재적 문제들을 유형별로 사례와 대응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콘텐츠가 그림이랑 나란히 구성되어 초등학생들이 봤을 때 충분히 남일이 아니라고 느낄 거라 생각했다.

 디지털 발자국 섹션에서 소개된 ‘지우개 서비스’의 존재는 처음 알게 된 유용한 정보였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우빛속과 같이 수록된 오정연 작가님의 〈마지막 로그〉가 문득 떠올랐다. 초등학생들은 아직 실감할 수 없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록은 그 의미가 바뀐다.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맥락에 자신의 얼굴이 남아있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허락하지 않은 영원이 함부로 발생한다. 내가 어린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그 흔적들이 더럽게 남아 든든하게 나를 제약하고 지켜줄 지도 모르겠다고, 중립적으로 말해주고 싶다. 해파리처럼 정보의 바다에 남아 주체 없이 너의 기록이 떠돌아다닐지도 모른다는 첨언과 함께. 추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고.

 보다시피 표지에 현 시점에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SNS 앱들이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각 앱의 특성을 반영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불가피했으리라 예상한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비공개 계정이 아닌 경우에는 팔로워와 팔로우를 통해, 또한 스토리에 태그한 계정을 통해 관계망이 추적될 수 있다. 그리고 서평단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 게시물이 대가를 걸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요구한다. 여기에는 본인의 재량에 따라 재량껏 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공식 출판사 계정이 아닌 곳의 모집에는 지원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지원할 때 개인정보 수집목적 및 활용에 관한 조항을 자세히 읽어보는 편은 아니다. 그 점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실제로 매번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사람이 성인 중에서 몇 퍼센트나 될까 궁금하다.

 저작권과 관련해 준수해야 할 표기나 절차를 알려준 것도 실용적인 구성이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 나름 경험이 많은 편이라 생각한다. 관심 있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번역하고 한글자막만 붙여 올린다거나, 좋아하는 음악과 시각적 자료를 믹스해서 FMV를 만들어 업로드하는 작업을 많이 했었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괜찮은 게 아닌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음원에 대해서는 애초에 유투브 알고리즘이 먼저 개입하여 막는 경우가 거의 전부였다, 미공개곡이나 선공개곡이 아닌 경우에는. 그래서 숱한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야 했다. 어떤 아티스트는 본인이 허락하지 않은 맥락의 2차 창작물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 A.I.가 만든 창작물의 특허 등록이 불허되었을 때 다시 한번 강조되었듯 원천 IP의 중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책에서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공유마당’을 새로 알게 된 것도 수확이었다.

 그나저나 인용한 부분에 대해서, 항상 자정이 넘어서 서평을 쓰는데 감정적이 된 부분이 있었나 되돌아본다. 저 주옥같은 말은 비단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 같지 않은 나에게도 유효한 충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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