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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Apr 29. 2024

〈끝나지 않은 일〉



236. “이상화된 타자의 부재”가 남긴 침묵을 “상상의 동반자”인 자기 자신으로 채울 줄 알게 된다.


 40페이지쯤 하는 본 책의 티저북이었다. 티저북이라는 것은 처음 접해봤다. 이런 형태로 잠재적 독자인 서평단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는 방식은 환경적, 실무적으로 고무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작가의 젊은 날의 일화와 옮긴이의 말이 병치되어 있어 재독의 역사를 반추하는 책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제목이 전하는 바와 같이 이 책은 ‘끝나지 않은 일’에 대해 쓴다. 그것은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나며 이전의 불완전했던 자기와 만나 그 경험을 보완하고 보다 온전해질 수 있도록 현재의 자기와 통합하는 일이다.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남과 동시에 잘못되었던 기억의 오류를 정정하고 문학적 텍스트에 보다 풍부하게 가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보인다. 여성해방운동의 첫 세대로서 ‘이론과 실천의 괴리’와 같은 형태로 현실 위를 부유하며 불확실한 나날을 보냈다. 그 와중에 세상에 관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데, 그것은 바로 관념이 문화에 봉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년 시절 자신이 재밌게 읽었던 수많은 텍스트들에 내포되어있던 불균형한 관념들을 포착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작가는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재독의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 같다.

 나는 아직 아껴두고 있는 몇몇 우연이 있다. 그것이 좋은 책임을 알고 언젠가 꼭 읽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기어코 그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데미안’이 그것이다. 고등학생 때 도서관에서도, 병영문고에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아직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를 가르쳤던 누군가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성인일 때 세 번째로 읽고서 눈물을 흘렸다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한 적 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궁금했던 것 같다. 애초에 나는 여태 읽은 소설이 몇 없어서 옵션 자체가 많지 않지만, 언제 그 책을 만나느냐 또한 자유도가 높은 변수이므로 아직 내게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이 너무나 많다.

 내가 옛날의 나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인용된 문장을 비굴하게 느끼지 않고 삶의 진실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독할 만한 책이 결코 아니지만, 복무하면서 읽은 프루스트의 13권 중에는 사랑은 고정된 고뇌라는 말이 있다. 결국에 인간은 홀로 마주해야 할 것이 있고,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은 결코 그것을 구성하지 않는다. 그러한 관점에서 쓰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가의 다른 책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언젠가 마주친다면 집어봐야겠다.


#비비언고닉 #끝나지않은일 #글항아리 #서평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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