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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Apr 28. 2024

〈진짜 노동〉



232. 모든 이들은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서로에게 조언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일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했던 이유는, 졸업 후 선택지로 고려하게 될 직무환경에 대해 나에게 맞는 조건을 추려내기 위해서였다. 그런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이 책은 내가 〈미생〉의 한석율을 좋아했던 이유와 민희진 씨가 어떻게 엔터 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들을 제시한다.


 〈가짜 노동〉을 읽지 않은 나를 배려하듯 해당 개념에 대한 소개로 책은 시작한다. 산업 사회에서 시간을 팔아 노동했던 인간은 더 이상 노동의 아웃풋이 시간에 비례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파킨슨의 법칙의 영향 하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복잡성을 의도적으로 초래하며 자신과 조직을 기만한다.

 이런 문화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설득에 초점을 두지 말고 다만 명확하게 말할 것을 진단한다. 잠재적인 가능성에 이끌려 당사의 실정에 맞지 않는 혁신을 무리하게 도입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까지 잘해왔다면 그 방식의 유효성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다. 측정가능한 성과 중심의 프로젝트 문화가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다들 일을 벌리는 데에만 급급하다. 거기에 소요되는 자원을 구체적으로 추정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결정 권한을 상부에 위임하는 조직에는 반드시 쥐가 내리게 된다. 그들은 현실감각이 결여된 텅 빈 책임에 경도되고, 이는 현장에 다시 불필요한 절차를 부과하는 식으로 악순환을 유발시킨다. 마치 인체에서 반사신경이 맡는 기능처럼, 조직 또한 즉시적인 대처가 갖는 효용성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관리자가 부담을 보다 많이 끌어안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진단한다. 이를 위해선 직원과 관리자 간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책은 많은 부분에서 대면을 통한 프로세스의 간소화를 강조한다. 특히 승진이란 인센티브가 현장직의 가치를 절하하도록 동기구조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 좋았다. 이 부분에서 상기한 생명력 있는 두 인물이 떠올랐다.

 프로젝트 문화와 디지털화를 꼬집은 것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둘 다 전체적 개요나 목적성이 누락된 채로 굴러가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직관적인 충동에 따르기보다 충분히 자문한 뒤 명확한 제한을 갖고서 착수하라는 것이 책의 처방이었다.


 개인적으로 나의 미래 직장에 대해 갖게 된 조건은 첫째로 그곳이 탄력근무제를 실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둘째로 도전가능성이나 적극성을 요구하는 곳보다 매일 혹은 매주 일정하게 지속할 수 있는 루틴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짜 노동에 대한 지양은 경제적 독립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조언도 유용했다.


 책의 많은 내용은 컨설턴트의 존재를 당연스레 상정하는 등 상당히 큰 조직과 경영자 입장에 맞추어진 시점에서 구성되었다고 느낀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으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과는 달리, 각 장이나 부 별로 요약이 없고 텍스트 자체가 한 문장마다 굉장히 길었다. 저자 스스로 조언하듯이 보다 명료하고 현대인 독자를 고려하여 책을 썼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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