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

지하철에서 만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롱한 눈빛

by 내 영혼의 망명지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피곤한 눈을 하고 무심히 자리에 앉아 승객들을 살피거나 창밖 풍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작은 가방을 멘 한 소녀가 저 칸에서 이 칸으로 이동했다

소녀의 손은 한 남자아이의 손이 이끌려 있었다


소녀는 객차 중앙에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에서 종이 몇 장과 팬을 꺼내 앉아 있는 사람들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낡은 잠바 속에 감추어진 그 아이의 심장은 아주 작아 보였다

그 아이가 내게 다가왔을 때도 그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릴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듣지는 못했다.


내 무릎에도 사연이 적힌 쪽지와 볼펜 한 자루가 놓였다

삶의 고단함을 적어놓은 글을 보며 왠지 공감이 갔다

갓 서울에 올라와 직장을 찾아다니는 내게 그 아이야 나는 하나도 차이가 없었다

나 또한 이력서를 들고 이 회사 저회사에 찾아가 말없이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 오곤 했다

누 국가 그 글을 읽고 나를 뽑아줬으면 하면 기대감이었다.


장사는 잘 되지 않았다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종이와 펜을 소녀의 손에 다시 돌려주었다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이가 내 앞에 서자 나는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사연을 적은 종이와 내게 전해준 펜과 만원을 소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아이를 응원해주었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졌다.

우는 것은 아니었다.

화난 듯한 표정이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고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소녀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펜 한 자루와 거스름돈 5천 원을 내 무릎에 단호하게 올려놓았다.


아이는 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동정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하는 일에 정직했으면 좋겠어요

조금 힘들어도 저는 이 터널이 지나기 전까지 내 동생 앞에서 당당히 일할 거에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동정이라 생각하지 않아, 네가 보내준 돈 도움은 되겠지만 이제 나 혼자 일어서야지. 고맙게 받을 게, 하지만 다시는 이러지 마. 동정이 아니라 지지를 해줘. 대학을 중퇴하고 노동현장으로 가는 것이 동정받을 일은 아니지 않니" 그때 학교를 뒤로하고 노동현장으로 달려가던 선배 누나의 눈빛은 분명 그랬다. 내가 가진 용돈 몇십만 원을 들려주었지만 주는 내가 부끄러워했고 받는 그는 당당했다. 그 아이의 눈빛처럼...


내가 받아진 5천 원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소녀의 당당함에 가슴이 따스해졌다


당당함은 희망인지 모른다

희망이 당당함을 만드는지 모른다

모든 걸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선배의 뒷모습에서 세상에 대한 큰 기대가 몰려왔다면

소녀와 아이의 꼭 잡은 손에서 세상의 아름다움 사랑을 보았다

그 당당하고 악착같은 눈빛이 세상 어느 빛보다 아름답고 영롱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학교급식으로 건강히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여러 바우처로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생겼고, 장애인을 위한 관심들이 높아지는 것은 다는 것은 21세기를 대표할 아름다운 지구 top 10에 오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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