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어져도 괜찮아

<자전거>에 진심인 독일인: 수업시간에 자전거 배우기?!

by 독한아빠

엉뚱하고 귀여운 둘째 딸에게



하온아, 자전거를 배우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지?


계속해서 '콩콩' 넘어지는 하온이를

아빠가 그저 지켜보기만 해서 혹시 속상했니?

아니면 뒤를 단단히 잡고 있는 '척'하다가

네가 모르는 사이에 금방 손을 '휙'하고 놓아버려서

'배신감(?)' 비슷한 것을 느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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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온아 절대 아빠 믿으면 안 돼!

언니가 보니까 아빠가 손 놓더라!"


사실, 어제 지온이 언니가 그 말을 할 때, 아빠는 속으로 몹시 웃었단다.

'아빠를 믿으면 안 된다'

더 정확히는

'아빠만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맞겠지만,

여하간 언니가 세상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은 것 같아서 말이지.


아빠가 네게 짧은 글을 조금 읽어줄까 해. 잘 들어봐.


"넘어져보라 수도 없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르팍에 생채기를 새기며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하리라"


이건 복효근이라는 할아버지가 쓴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라는 시에 적힌 글이야.


아빠는 이 할아버지의 말씀이 무척 와 닿았단다.

조금은 매정한 듯 들릴 수도 있겠다만,

아빠도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라 생각하거든.


아니다.

<넘어짐으로> 배운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꼭 필요한 <균형감각>은

'아, 이러다가 쓰러질 것 같아!'

라는 느낌을 받을 때만 익힐 수 있는 거니까.


그래도 오늘 하온이가 세 바퀴 정도는 페달을 밟았었네.

처음에는 한 걸음도 제대로 못 가더니...

많이 늘었다, 정말.

아빠는 "이렇게 하면 하온이가 금방 자전거 탈 수 있을 거야."라는 거짓말은 안 할래.

대신, "하온아~ 늦어도 돼. 천천히 배워도 돼. 지금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


아빠에겐 뭐든 '빨리하는' 하온이보다 '포기하지 않는' 하온이가 더 멋져!

일주일이 되든, 한 달이 되든, 아니면 더 길어지든,

하온이는 결국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아빠가 뒤에서 힘껏 하온이를 따라가 줄게.


그럼, 우리 내일도 자전거 타러 나가자!

하온아 사랑해!



하온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빠가






독일 사람들의 자전거 사랑


<여가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사람들의 '최애' 취미 활동은 바로 '자전거 타기'이다.

자전거 타면 내가 건강해지지,

함께 타는 사람들끼리 친해질 수도 있지,

게다가 친환경적이기까지 하지.

여러모로 독일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더할 나위 없는 활동임이 틀림없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보건국의 '발달검사'를 받을 때, 검사를 모두 마친 뒤 직원이 뜬금없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참, 아이가 자전거는 탈 수 있나요?

혹시 못 타면, 자전거 타는 법은 미리 꼭 가르쳐서 학교에 보내세요.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일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필수예요. 필수!"


아니, '아베체(ABC)' 공부도 아니고 '123' 숫자공부도 아니고 '자전거 타는 법'을 미리 가르쳐 두라니?

그러나 그것이 농담이 아니다. 독일인들의 자전거 사랑을 끔찍하다.


참고로 독일에선 일반 자동차 도로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단, 누구나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운전 면허증처럼, '자전거 운전 면허증(Fahrradführerschein)'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이 면허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면허증 시험에는 자전거 타는 기술뿐 아니라 중요 교통규칙, 표지판 읽기, 응급처치 등의 필기시험도 포함된다.


당연히(?) 초등학교의 정규 수업시간에는 이 자전거 이론 및 기술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자전거를 탈 때 '오른쪽 깜빡이'를 넣는 방법을 배우는 아이들 (*출처: 슈투트가르트 시에서 배포한 '학교에서의 자전거 교육' 팸플릿 중에서 발췌)






배움? 익힘? : 놀면서 익숙해지는 독일 자전거(Laufrad)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전거이니, 당연지사 어릴 때부터 <자전거 조기 교육>에 돌입한다.

다만, '빠르게' '잘 타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익숙해지는 것'에 집중한다. 특히, 자전거 타기에 필수적인 균형 잡는 것을 '즐길 수 있으면' 된다.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여러 방법 중에서 꽤 오래전부터 부모들이 가장 믿고 선호하는 방법은 바로 '라우프 라트(Laufrad)'이다. 라우프 라트를 직역하면 '뛰는(Lauf) 자전거(Rad)'이다. 모양은 페달만 없을 뿐 두 발 자전거와 꼭 같이 생겼다. 보통 3살 전후 아이들의 키에 맞게 만들어져 있어서, 조금만 기울어져도 아이들의 짧은 다리가 땅에 닿아 위험하지 않다. 아이들은 자기 발로 땅을 힘껏 밀어가며 라우프 라트를 탄다.


조금 속도가 붙는다 싶으면, 아이들은 두 발을 땅에서 뗀 채 자전거에 몸을 의지해 본다. 이내 쓰러질 듯이 휘청휘청, 뒤뚱뒤뚱, 불안한 움직임이 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균형'을 잡는 법을 몸에 새겨간다. 스스로 위험의 수준을 결정하며, '놀면서' 자연스럽게.


child-678434_960_720.jpg 페달 없이 발로 굴려 균형감각을 익힐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발로 타는 자전거, 라우프 라트(Laufrad)'






결국 스스로 넘어지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문득 우리나라 아이들이 선물 받는 두 발 자전거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앞으로 몇 년은 더 탈 수 있을 만큼 큰 자전거. 그리고 그 자전거의 뒷바퀴 옆에 단단하게 붙여 놓은 '보조바퀴'.


오직 보조바퀴를 의지할 때만 '흔들림 없이', '빠르게' 달려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보조바퀴를 떼는 순간, 지금까지 해냈던 모든 것은 다시 수포로 돌아간다. 보조바퀴를 의지할 수 없는 아이들은 다시 휘청거린다. 보조바퀴로 얻은 균형감은 사실 아이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배운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넘어지는 과정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어디 이게 꼭 자전거를 탈 때만 해당되는 것일까?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부모라는 '보조바퀴'를 떼더라도,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은 배움의 과정에서 스스로 넘어짐을 무릅써야 할 것 같다.


그래. 나는 우리 집 꼬마들이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그 모든 인생의 과정들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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