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불안하겠지만

독일의 <수영> 교육 : 위험해야 안전하다

by 독한아빠

용기 있는 두 딸들에게



사랑하는 지온아, 하온아.

오늘 아빠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어.

엄마 말로는 너희들이 벌써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이니?

이블린 할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착착착' 금방 따라 할 수 있다면서?

정말 대단하다. 엄지 척! 척! 척!


아빠는 너희들이 수영을 하게 된 것도 물론 기뻤지만,

그것 말고 더 기쁘고, 더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었어.

그게 뭔지 혹시 알겠니?


혼자서는 물 위에 떠 있는 것조차 무서워하던 너희들이...


특히, 하온이는 아주 어렸을 때

계곡물에 한 차례 발을 헛디딘 뒤로

얕은 물조차도 혼자 들어가기를 무서워했잖니?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키보다 높이차 있는

물속에 혼자서 들어갈 생각을 했다니!

아빠는 너희들의 그 용기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어!


처음으로 엄마의 손을 놓고

물 위에 혼자 떠 있는 기분은 어땠어?

아마 많이 떨리고, 조마조마 했겠지?

처음에는 물도 많이 마셨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되거나 무섭지는 않았니?


그래. 너희들은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저녁에 본 너희들의 얼굴은

온통 흥분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러나 아빠는 아주 조금이라도, 아주 작은 꼭지라도,

너희이 처음 느꼈을 그 기분을 꼭 간직했으면 좋겠구나.

지금의 이 성취감과 함께 말이야.


아마, 너희가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오늘 만났던 깊은 물처럼,

물론 다른 모양이겠지만,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이 있을테니까.


만약, 그런 일을 만난다면

꼭 오늘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두려움이야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고,

여전히 불안하긴 하겠지만,

그 불안이 미처 모두 없어지지 않은 순간이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그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면,

그렇게 그 무서움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성공이든, 실패든, 어떤 것이 되었든 관계없이

그 끝에는 오늘과 비슷한 모양의 기쁨을 경험할 듯 싶거든.


아빠는 너희가 오늘

잊지 못할,

잊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은,

귀한 도전과 성취의 경험을 한 것이 무척 기뻐.


너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아빠의 존경을 받아랏!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는 수영


자전거만큼이나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가활동을 하나 더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수영'이다. 당연히 자전거처럼 수업시간에 '수영'을 가르치는 초등학교(Grundschule)가 많다. 보통 3, 4학년 체육시간에 근처 수영장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수영을 배운다.


학습의 목표는 '물속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유영부터 접영까지'. 일테면 수영의 기술을 배우는 교육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들은 이 시간에 주로 '평영', 일명 '생존수영'을 배우거나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기곤 한다.



Das-Schulschwimmen-geht-unter_big_teaser_article.jpg 초등학교 수영 수업(Schwimmunterricht) 시간의 모습, *사진 출처: https://www.ln-online.de



'중요한 활동'이란 사실 '평범한 활동'을 말한다


사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은 '특별한 활동'이 되기 어렵다. 더 강하게 말하면 그리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활동은 흔한 활동, 평범한 활동이 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에서 수영은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매우 일상적이고, 매우 평범하고, 매우 흔하다.

물론 '여름철 해변 여행(Strandurlaub)'처럼 특별한 물놀이를 계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평범한 생활 속에서 쉽고,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속옷 대신 수영복을 입곤 한다. 그리고 평범한 하루 일과 중, 혹은 일과가 끝나고 나면, 도시나 마을 곁에 흐르는 냇가나 강을 찾는다. 그리고는 겉옷을 훌렁 벗고 물놀이나 수영을 즐긴다. 그렇게 한동안 충분히 물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는 다시 몸을 닦고, 벗어둔 겉옷을 걸쳐 입고는 집으로 돌아간다.


100%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독일에서의 수영은 확실히 더 편안하고, 더 자유로운, 더 흔한 활동인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위험'과 '결핍'을 통해 완성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교육


그래서일까? 옆집 아주머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수영을 가르쳐주고 싶어 하셨다.


매일 아침마다 한두 시간씩 꼭 수영을 해야 하는 이블린 아주머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묶였던 수영장 출입제한이 풀리자마자 우리 식구들 명단까지 포함하여 수영장을 예약했다. (*독일의 방역조치의 일환)


그러다가 여름이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들만 데리고 수영장에 간 것이다.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서.



child-1909784_960_720.jpg 독일 수영장에선 구명조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팔에 만 채우는 이런 부력 보조기(schwimmflügel)가 일반적이다.



독일인들이 물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식은 조금 더 '위험하게 만들기', 조금 더 '불편하게 만들기'라고 정리할 수 있다. 예를들어, 구명조끼를 쓰면 더 안전할 것을, 독일 사람들은 대신 위의 사진과 같이 팔에 끼우는 부력 보조 장치를 사용한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체중에 알맞은 구명조끼를 입으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물을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구명조끼가 완전히 물에 떠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매우 안전하고, 매우 편안하다. 대신 아이들은 스스로 수영을 배우기 어렵다. 수영이 주는 참 맛,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기 힘들다.


반면, 팔에 끼우는 보조기는 완전히 아이들의 몸을 지탱해줄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영을 해보겠다고 팔을 휘젓는 순간 아이들의 몸은 살짝 물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당연히 물도 마시고, 당황하고, 놀라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금 덜' 안전하다. '조금 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대신, 그런 어려움과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일정한 노력의 과정을 보내고 나면, 훨씬 효과적으로 수영법을 터득할 수 있다. 물놀이가 주는 즐거움, 참 맛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bike-2895424_960_720.jpg 자기 힘으로는 서 있을 수 없이 스러지는 '라우프 라트(Laufrad)'



일전에 소개한 '라우프 라트(Laufrad)'도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울 때 사용하는 '보조바퀴'보다 덜 안전하고, 더 불편하다. 그렇지만 그 불편함을 견디어 내고, 그 불안함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훨씬 빠르게 '균형감'을 터득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이 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 아닌가?

'괴로움'과 '어려움'을 통해 얻어지는 '즐거움'과 '희열'.


그것이 사실이라면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이 느낄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어려움을 포기하지 않고, 그곳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어떤 위기에서 '진정한 안전'을 얻는 것은 더 많은 '보조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는 아이들 자신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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