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2020년... 코로나 19라는 말을 하루라도 안 한 적 없던 2020년이 이제 몇 시간 뒤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된다. 올해 초...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 사태는 올 한 해 유례없는 기록들을 남기고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아질 거야, 잘 견뎌보자라고 서로 주고받는 다짐 같은 인사도 점점 지쳐가기도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사실 현실은 어제와 다르지 않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온라인 수업을 준비시켰고, 식사를 챙겨으니, 이제 내가 할 일들을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하며 하루를 보내게 될 거다. 단지 예년과 다른 게 있다면 해돋이를 보러 가지 못한다는 것...
아침이면 늘 떠오르는 해이지만 신랑은 유독 새해 첫날 떠오르는 첫 해에 많은 의미를 둔다. 특히 강원도에서 맞이하는 첫 해를... 시뻘겋게 떠오르는 그 해를 직접 봐야 일 년을 무탈하게 잘 보낼 것 같다고 말이다. 우리뿐 아니라 해맞이를 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간절함을 품고 그 첫 해를 보러 가는 거겠지... 지금까진 살면서 아이 낳았던 해를 빼고는 빠지지 않고 해돋이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 새해의 첫날을 보내는 방법은 아마 집집마다 다 다르겠지만 신랑과 내가 해넘이와 해돋이를 의식처럼 즐기는 덕에 우리 가족은 해돋이에 대한 추억이 참 많다. 아이들이 어릴 땐 시부모님과 형님네 식구들과 다 같이 가기도 했고, 어느 해는 우리 가족끼리만 조촐히, 또 어느 해는 친한 친구네 가족과 시끌벅적하게 보내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사람도 많고 잠이 덜 깬 아이들을 깨워 나가는 일이 쉽진 않지만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다 주변 하늘이 붉어지고 마침내 동그란 해의 머리가 보이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느껴본 사람만 알 거다.
2016년 밤 12시를 지나 2017년을 5분 정도 넘긴 그 때 삼척 쏠비치...
2019년 12월 31일 속초 바다
2020년 1월 1일 속초에서 떠오른 첫 해
멀리 여행을 가지 못하면 집에서 가까운 영종도에 가서라도 처음 떠오르는 해를 직접 보고 와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잡히지 않는 코로나로 이번에는 해돋이를 못 가고 집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으니 어제부터 신랑의 마음은 우울하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밤에 떠났다가 아침에 올까도 생각했었지만 지금 상황에 의미 없다는 거 잘 안다. 그냥 이번에는... 새로운 한 해의 첫날 떠오르는 첫 해의 첫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그에 비례하는 간절함을 마음속에 가득가득 담아내는 수밖에...
작년 오늘에는 해돋이 여행을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책상에 앉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몇 시간 뒤면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난 그냥 나인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똑같은 나인데도 숫자 하나 바뀌는 게 사람을 참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마음 들뜨게 하는 해돋이 여행은 못 가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엔 우리만의 조촐한 파티를 열어보련다.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나갈 일은 없지만 머리도 예쁘게 하고 화장도 해야겠다. 그리고 저녁 시간을 기쁘게 해 줄 메뉴를 준비해 봐야겠다. 솜씨는 없지만 최대한 정성스럽게...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낸 시간들도 많았던 2020년... 코로나 블루, 코로나마스, 호모마스크쿠스 같은 신조어들이 우리의 일 년을 말해주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뜻깊은 시간들이 분명히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무렇게 않게 즐겼던 일상들에 새삼스러운 감사를 느끼게 되고,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나에 대한 생각을 하며 내 주변을 돌아보게도 되었다.
어찌 보면 우리를 움직이는 건 거창한 것들이 아닌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내뱉는 말 한마디, 마음속에 품은 생각... 당장은 의미 없는 것 같아도 우주의 기운을 끌어들이듯 긍정적인 자기 최면을 하다 보면 언젠가 그런 변화들이 서서히 내게 찾아오지 않을까?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며 울고 웃으며 폭풍 잔소리를 퍼부었던 나지만 지지고 볶는 그 과정들 속에도 늘 배움은, 변화는 있었다. 현재도 진행 중이고...
먼 훗날 오늘을 돌이켜 볼 때 이 오늘이 내게 붙잡고 싶은 오늘일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느꼈던 순간들... 살면서 많았다. 그런 순간이 오늘이 되도록... 후회가 좀 더 많은 일 년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라고는 해도 앞으로의 시간들은 내내 붙자고 싶은 오늘이 될 수 있게 살고 싶다.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