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에서 함께 출발한 중년부부는 발카로스에서 헤어졌다. 그분들은 내일 점프해서 대도시인 팜플로나로 가서 이틀 동안 관광을 한다고 했다.
혼자서 나머지 구간을 걸어오는데 누가 시켜서 왔으면 중간에 백기를 들고 싶은 마음이 수십 번 들었을 거 같다. 원래 이 구간은 피레네산맥을 넘어가야 하는데 겨울철에는 인사사고가 많이나 11월부터 4월 초까지는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대체로 인 피레네산맥을 우회하는 발카로스길을 걸어서 와야 했다. 우회로라 높은 산을 둘러 만든 도로를 따라서 걷는 게 절반, 중간중간 산속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 절반인 코스다. 그런데 며칠째 내린 비로 산속길은 진흙길이 되어버렸고 출발할 때부터 내린 이슬비는 숙소 도착할 때까지 그치지 않고 온몸을 적셨다.
숙소에 도착하니 1시쯤 되어 체크인이 가능한 2시까지 근처 바르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얼음 넣은 콜라를 시켰다. 크게 배고프지 않았지만 시간을 때워야 하기에 시킨 것인데 세상 그 무엇보다도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 버리고 말았다.
배정된 방은 전기콘센트도 없는 무척 낡은 곳이다. 성수기에 사용하던 시설 좋은 곳은 닫아놓고 비수기에만 오픈하는 곳인 듯싶다. 12개 베드 중에 가장 먼저 도착한 내가 1번 베드, 그다음으로 온 프랑스인이 4번, 5시가 넘어 도착한 대만인이 5번 베드를 배정받았다.
프랑스 친구와 둘이 있는 동안 구글번역기를 켜놓고 한참 동안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직업은 접골사라고 한다. 대만 청년은 어제 생장에서 같이 묵었었다. 원래는 나보다 먼저 준비하고 떠났는데 어제 늦게 도착해 발급받지 못한 크리덴시알(순례자여권)을 받아서 출발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대만 청년은 농사지을 때 신는 장화를 신고 온 게 아닌가. 그 이유를 아직 못 물어봤는데 아무튼 순례길에서 처음 보는 트래킹화라 무척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