你的?

두 번째 산티아고 2일 차(Roncesvalles-Zubiri)

by 까미노

숙소를 나와 한 200미터쯤 갔을 때 순례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정표가 나왔다. 나도 첫 번째 걸을 때 그 이정표를 찍은 기억이 났다. 이제는 그 몇 미터 앞에 순례길을 알리는 표지석도 서 있어 사진으로 남기려는데 뭔가 허전하다.

놓고 온 것이다.

지난번 걸을 때 비싼 모자를 숙소에 놓고 나와 잃어버린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배낭을 메고 나서 다시 확인도 했는데... 숙소에 돌아오니 대만 친구가 "스틱?" 하면서 물어본다. 겸연쩍은 웃음을 보이며 "Yes"하고는 베드 옆에 세워둔 곳에서 스틱을 찾아들고 다시 나왔다.

한참을 걷다가 휴대폰을 보니 대만친구가 보낸 왓츠앱 메시지가 와 있었다.

'你的?'


그 친구가 먼저 보고 연락을 준 것인데 난 그것을 나중에야 보고는 뒤늦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걸으며 오늘은 그 단어에 꽂혀 버렸다.

你的?


대학 때 중국배낭여행을 6주 다녀오고 나서 학교중앙도서관에 들렀더니 그곳에 같은 과 후배가 근로장학생으로 서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선배님, 중국 다녀오셨다면서요? 잘 다녀오셨어요?"

"응. 엊그제 돌아왔어."

"그럼, 제 선물은요?"


그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사이가 아니라 당연히 본인의 선물을 챙겨 오지 않았을 거를 알면서도 우연히 마주친 선배에게 그냥 지나치기가 뭐해서 건넨 빈말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에 나도 장난으로 받아쳤다.

"없는데 어쩌지. 그냥 나 가져."


그렇게 서로 장난치는 분위기 속에 짧게 몇 마디 주고받고 헤어졌는데 그 뒤로 그 여후배는 길에서 나를 보면 이렇게 불렀다.

"我的, 어디 가세요?"

우리는 그렇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나누는 선후배 사이가 되었다가 연인으로 다시 부부로 이십 년을 넘게 같이 살고 있다.

겨울 산티아고순례길은 여러 면에서 참 열악하다. 비나 눈이 자주 내리는데 빨리 마르지도 않으니 흙길은 거의 진흙탕이고, 순례자가 적으니 중간중간 열어 배고픔과 힘듦을 해결해 주었던 바르(BAR)도 열지 않은 곳이 많다. 말 그대로 '비수기'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뒤로 단 한 명의 순례자도 만나지 못하고 다음 숙소까지 걷게 된다. 까미노가 오직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모든 까미노가 '我的'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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