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산티아고 3일 차(Zubiri-Pamplona)
한 통의 메시지로부터 이 모든 게 시작되었다.
어제 Zubiri(수비리)에서 쉬고 있는데 Pamplona(팜플로나)에 예약한 숙소담당자로부터 왓츠앱 메시지가 왔다.
Hello. I Write form Aloha Hostel in Pamplona.
Tomorrow reception is closed.
I Will leave your Key for you to collect and you can check in on your own.
Please send passport picture.
Regards
이 메시지를 받았을 때 수비리 숙소에는 전날 론세스바에스에서 같이 묵었던 4명(잠들기 전에는 3명이었는데 자는 사이에 1명이 더 옴) 중 프랑스 친구를 제외한 3명이 같이 묵고 있었다. 그래서 점점 예약자가 줄어들어 팜플로나 숙소엔 나 혼자 머무르게 된 거 같았다. 그러니 직원이 크리스마스에 굳이 근무하지 않고 열쇠만 맡겨두고 알아서 이용하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리라.
오늘 수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는 대략 20km 정도로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 일정 중에서 가장 짧은 구간이다. 원래 계획은 팜플로나를 지나서 묵고 싶었지만 지나서 있는 작은 마을엔 문 여는 숙소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대도시인 팜플로나에 묵을 수밖에 없었고, 이 대도시에 수많은 숙소가 있으니 내가 묵기로 한 숙소엔 예약자가 나 혼자뿐일 것이라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그렇게 혼자서 숙소를 내 집처럼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을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낼까 수많은 상상을 하며 걸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것이 헛된 망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는 크리스마스이브였고, 이곳엔 순례자들만 들리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국적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어디선가 "꿈깨"라는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격하게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