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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Dec 30. 2023

당신과 걷고 싶다

두 번째 산티아고 7일 차(Logroño-Nájera)

바욘역에서 우연히 만나 첫날 발카로스까지 함께 걸었던 부부, 에스떼야 숙소의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다 만난 부부, 어제 로그로뇨 가는 길에 음 만나 오늘까지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된 부부.

한국인 부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 부부 모두 얘기를 깊게 나눈 것은 아니라서 속내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서의 공통점은 다들 연세가 좀 있다는 것이다. 대략 남편들은 나보다 10살은 위인 듯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젊어서는 자식 키우고 직장생활(또는 사업)하느라 긴 시간을 할애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니.

자식(들) 스스로 앞가림할 나이가 되었고, 다니던 직장도 정년이 되어 그만두게 되어 구속받는 무엇이 사라진 뒤에 비로소 실천으로 옮기게 되니 다들 지금의 나이에서야 이 길 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과연 10년 후에라도 이 길을 같이 걸을 수 있을까? 아내는 조금만 오래 걸어도 심한 근육통이 찾아와 지금도 오래 걷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이국적인 모습을 나만 실컷 보고 돌아가기에는 정말 미안하다.

지금부터 체형도 교정하고 걷는 연습도 매일매일 하다 보면 10년 안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이번에 예상치 못하게 내게 찾아온 기회처럼.

그래서 하루라도 더 젊었을 때 이 길 위에서 손 꼭 잡고 나란히 당신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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