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미노 Jan 08. 2024

대형마트는 그림의 떡

두 번째 산티아고 16일 차(Reliegos-León)

외국인이 우리나라 대형마트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고대 왕국의 수도였다는 레온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몇 안 되는 큰 도시 중 하나다. 도시가 크다 보니 외곽에 자리한 숙소에서 중심부의 레온대성당까지는 약 2km를 걸어가야 했다. 그가 "대성당을 꼭 보고 싶다"라고 했기에 우리는 서둘러 씻고 길을 나섰다. 나는 두꺼운 양말이 다 세탁기에 들어간 상태라 슬리퍼에 얇은 발가락양말만 신었다.

까리온에서는 발가락양말마저도 세탁 중이어서 맨발로 슈퍼 가느라 나갔더니 그가 "미쳤어?"하고 놀랬는데 오늘은 그나마 맨발은 아니라 다행이다. 등산화를 신고 나갈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25km 걸어서 부은 발을 다시 무거운 등산화 속에 넣고 싶지 않았다.

목적지인 레온대성당을 보고 어제 그가 저녁을 만들어준 거에 대한 보답을 위해 김치를 파는 아시안마트를 검색해서 8백 미터를 걸어갔는데 결국은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가 "다음에 김치(찌개)할 기회가 있을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며 나를 달랬다.


한참을 그렇게 길에서 보냈더니 발에 감각이 없어지는 거 같아 바에 들려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맞은편에 있는 KFC에 갔다.

그는 "패스트푸드 좋아하면 뚱뚱해져 우리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제한을 했다"며 치킨과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자꾸 눈치 보게 만든다.

그 옆에 까르푸가 있어 내일 아침과 걸으며 먹을 것을 사러 갔는데 진열대의 상품들을 둘러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 대형마트여도 동양인인 내가 사게 되는 건 조그만 동네가게에서 사는 거나 별반 차이가 없구나.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도 나와 비슷한 느낌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너의 앞모습, 너는 나의 뒷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