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미노 Jun 27. 2018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은?

-장곡중학교 교장 박석균

장곡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풍년제 놀이 ⓒ 장곡중학교 홈페이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산업혁명인가? 

요즘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의 시작의 대부분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산업의 변화가 경제구조를 비롯한 사회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고 특히 교육은 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핵심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면서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강사의 관점을 살펴보면 제4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진짜 주체는 극소수의 자본가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이미 애플, 구글, 페이스 북, 삼성, MS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기술을 가진 소규모기업에 대한 공격적 M&A를 통해 기업의 규모를 부풀려 왔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의 신기술 분야는 대규모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의 자본력이 만든 진입장벽은 거대하고 견고한 자본의 성을 구축했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사회는 소수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효율의 관점에서 디자인될 것이다.        

 

산업의 변화가 가져올 사회현상을 제대로 보자

이제 소수 자본이 주도하는 산업의 변화가 가져올 사회현상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미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소수에 의한 자본독점 사회에서 부를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20세기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의 노동 행위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급여라는 형식으로 부를 분배할 수 있었지만 첨단 기술이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전문 노동까지 대체해 버리는 미래사회에서 소수의 자본이 만들어낸 이익을 다수에게 분배할 방법은 사회복지 밖에는 없다. 그런 면에서 21세기는 사회복지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될 것이다. 이는 많은 잉여인간들이 놀고먹는 사회를 만들자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부가 극소수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다수가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문제이다. 이와 같이 사회현상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냉철한 시각과 내 이웃에 대해 나눔과 협력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동체 교육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산업화 사회가 만든 우리사회의 그늘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50여 년간 고도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협력과 배려보다는 효율을 추구하고, 더불어 협력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먼저 생각했다. 그 결과 경제규모는 OECD 32개국 중에서 10위까지 올라왔지만 행복지수는 꼴찌, 갑질, 양극화, 불평등, 불신, 피로사회가 되었고 교육도 협력과 배려보다는 차가운 경쟁과 줄 세우기 그리고 오로지 명문(?)학교에 진학할 승자(?)만을 키우는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학교가 되었다.  

교육은 오로지 교과서 속의 텍스트로만 존재할 뿐 우리 삶 속에서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았고 윤리와 도덕은 성적을 위해서 존재할 뿐 삶의 현실 속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앎은 윤리적인데 삶은 비윤리적인 아이러니가 만든 사회가 현재의 한국사회다.     


협력나눔배려의 공동체 가치는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부가 소수에게 집중된 양극화 사회는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야 할까? 소수의 자본이 주도하는 산업사회에서 다수의 약자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합리적인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제4차 산업혁명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은 미래 사회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하는 사회구성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협력, 나눔, 배려의 가치를 교육한다면 미래사회는 협력의 공동체 사회가 된다. 또 협력과 나눔의 공동체 사회는 학교 울타리 안의 교과서에만 의존할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마을에서 실천하는 앎과 삶이 일상에서부터 일치할 때 온전한 협력의 공동체 사회를 형성할 수 있으며 한 명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마을이 학교가 되고 주민이 교사가 되는 마을과 학교의 협력적 교육 패러다임이 마을교육공동체이고 우리 아이들을 중심에 둔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이다.      


철학이 있는 장곡중학교의 마을교육과정 살펴보기

장곡중학교 교육과정과 다양한 교육활동의 기저에는 혁신교육의 가치뿐만 아니라 마을교육공동체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다. 

장곡중학교 학생들이 벼농사로 수확한 쌀 ⓒ 장곡중학교 홈페이지

 

주민이 도와주고 아이들이 일하는 논농사는 ‘도시 농부’라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600평의 논에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와 잡초 및 피 뽑기 과정을 거쳐 벼를 베고 수확하여 쌀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마을의 농토인 ‘호조벌 지키기’ 기금으로 기부했다. 

벼농사는 1학년 자유학기 교과통합 프로젝트로 운영되어 우리 아이들이 ‘쌀나무가 아닌’ 식량, 생명, 환경, 농업, 마을을 지키는 벼에서 생산된 쌀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교육이었다. 농사짓는 방법을 아는 선생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과 주민이 학교와 아이들을 살피고 도와주었기에 교과통합 프로젝트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이삭처럼’이라는 멋진 교육 활동이 가능했다. 


시흥시 5개 권역에서 열리는 학생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마을 축제 포스터 ⓒ 장곡중학교 홈페이지


아이들과 주민이 어우러지는 ‘장곡 노루마루축제’는 아이들에게 마을축제 운영자로서의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3회째 실시되는 노루마루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을학교 ‘너도’, 장곡동 아파트 대표자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노인회, 부녀회, 새마을 봉사단, 각 학교 학부모회, 동사무소를 비롯한 마을의 모든 주민단체가 아이들의 축제 준비를 도와준다. 

이곳에는 남녀노소,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물론 때로는 축제 장소, 가두행진, 프로그램을 두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기도 하지만 긴 토론 끝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내 협력하여 축제를 준비하게 된다. 아이들은 축제를 통해서 학교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비정형성과 인지적 유연성을 담보한 창의성을 기르게 되고, 정답은 아니지만 너무나 다양한 해답을 스스로 찾으면서 마을이 자신 삶의 일부임을 알아가게 된다.


장곡중학교 어울림공간 개념도와 학생들의 설계를 도와준 청년멘토 ⓒ 장곡중학교 홈페이지

             

이외에도 마을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과통합, 마을의 환경과 생태를 살피는 활동, 마을의 청년이 도와주고 아이들이 만드는 어울림 공간 설계와 디자인, 마을과 공유하는 목공작업장, 마을과 함께 만드는 사회적 경제와 교육협동조합 등이 운영되고 있다.    


마을 주민과 학생의 공유 공간 '학교 안 체험교실(목공실)' ⓒ 장곡중학교 홈페이지


장곡중학교의 마을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갈 미래사회를 꿈꾸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사의 행복이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연수문화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