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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Jun 27. 2018

혁신학교의 완성은 수업혁신으로

-중원초등학교 교사 김미선

                   중원초의 혁신학교 성장기


나의 수업은 나아지고 있는가?”

6월 교사 다모임의 함께 생각나누기 주제이다. 6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학년의 교사가 고루 섞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며 진보인지, 답보인지, 퇴보인지를 이야기 하고 그 이유를 찾아본 후 수업 역량을 향상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함께 논의하고 결과를 전체 교사와 공유했다. 주제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한 걱정이 민망하게 선생님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의견을 나눈다. 역시 멋진 중원의 선생님들이다.


공유된 내용을 살펴보면 동료교사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수업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준비한다, 발문이 중요하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질문을 많이 하도록 한다,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많이 참관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는다, 전문 서적을 읽는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다모임 후 한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소감을 이렇게 말씀해 주신다. “처음 혁신학교가 시작되었던 2년 전, 다모임에서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교사가 없어 너무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놓다가 눈물까지 흘렸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 이렇게 여러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다보니 우리의 발전이 놀라워 감격스럽네요!”   

  

      혁신학교 지정 후 이제 2년 3개월우리의 변화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중원구 최초의 혁신학교중원초!

중원초는 성남시 본시가지 중에서도 외곽지대인 공단지역 학교이다.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문 앞이 일방통행이라 차량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다. 버스도 운동장으로 들어오지 못해 체험학습을 가려면 한참을 걸어 나가 도로변에서 탑승해야 한다.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도 녹록치 않은 곳이다. 


내가 처음 발령 받았던 2014년, 관내 내신으로 온 교사는 한 명도 없었으며 관외에서 온 교사들도 5지망까지의 희망 학교에서 모두 탈락한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2년을 근무하면 학교를 떠나려는 교사가 많았고 해마다 전출 희망자가 정원의 반을 넘어 본인이 못 가게 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 하는 교사가 있었다. 그때는 중원초가 혁신학교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혁신교육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기를 희망했던 교사들은 혁신학교를 꿈꾸었고 동료 교사들은 힘을 모아 혁신학교 지정을 희망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여러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중원구 최초의 혁신학교가 되었다.     


변화의 첫 단추교사 다모임!

혁신학교 지정 후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월 1회 교사 다모임을 실시한 것이다. 부서별 업무 안내 위주로 진행되던 회의를 함께 참여하는 토의·토론 방식으로 바꿨다. 월중 내내 안건을 받았으며 모든 안건을 다모임에 상정하여 함께 협의하고 함께 결정해나갔다. 첫해에는 다모임 안건이 월별 13~15개 정도였는데 심각한 문제도 있었고 소소한 문제들도 많았다. 어떤 안건이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나가고자 노력했다. 낯선 회의 문화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자신의 의견 말하기를 싫어하는 분도 있었지만 다모임을 통해 의결된 내용들이 실제로 적용되고 어려워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는 과정을 보며 차차로 교사들의 참여태도가 달라져 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모임은 모두가 참여하여 학교의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 가는 소통의 장이 되었고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혁신 2년차부터는 다모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모임 안건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까닭은 그간 산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다모임을 통해 충분히 논의되고 대다수 해결되었기 때문이고 주1회의 부장협의회와 학년협의회를 통해 소통의 창구가 다양화되고 소통의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다모임 주제가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교사들의 소소한 생활의 불편함과 그에 따른 문제해결 중심의 다모임이었다면 이제 교육하는 사람들로서 우리가 집중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변하고 있었다. 혁신학교 교사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갈수록 어려워지는 아이들의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왜 우리는 학교에서 항상 시간이 없고 쫓기는지, 블록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수업 및 평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고자 다모임에 둘러앉았다.     


이제 수업을 함께 고민하다!

우리 중원초는 수업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 다양한 고민과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없앴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체제를 개선하였으며 학년별로 60시간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공동수업안을 작성하고 공개수업으로 서로의 수업에 함께하고 수업성찰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년 미만 교사 대상, 전입교사 대상, 기존 교사 중 희망자 등 다양한 교사그룹으로 수업 동아리가 3개가 운영되고 있다. 학년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또 각각의 특성을 지닌 학교 내 수업 동아리에서 수업에 대한 개별적인 고민들이 논의되고 전체 교사 다모임에서 그 문제들이 깊어지기도 하고 또 모두가 함께 나누고 싶은 수업고민이 새롭게 도출되기도 한다. 


3개의 수업동아리와 다모임에서 수업 팁 영역은 교감선생님이 진행하시는데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참 신나게도 하신다. 학년별로 공동수업안이 만들어지면 교감선생님과 한 번 더 논의 하는 자리를 통해 수업의 고민을 같이 나눈다. 이런 과정을 처음에는 불편해 한 선생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교사를 평가하기 위한 교감선생님의 장학이 아닌 수업고민을 함께하고자 하는 선배교사의 협력과 도움으로 인식되면서 우리 교무실에서는 늘 편안하게 수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교무실에서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을 보면 참 신기하고 또 행복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개별적으로 이야기 되었던 내용 중에 함께 생각해 볼 문제가 있으면 다모임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늘 시간의 한계로 아쉬움 속에 자리를 마무리 하지만 짧은 만큼 굵게 논의하는 수업에 대한 고민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렇게 온 학교가 늘 수업을 주제로 만나고 대화하고 논의하는 것은 개별 교사의 수업개선 노력을 훨씬 뛰어넘는 교사의 수업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올해 새로 전입한 선생님 중 한분은 경력이 20년이 되어 가는데 신규 때 이후로 처음 수업에 대한 고민과 수업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씀하신다.  


모두가 함께하는 한 걸음의 소중함!

2018학년도 중원초는 2개의 학급이 증설되었다. 아이들은 행복하고 학부모님들도 편안하다. 2년 근무 후 학교를 떠나려는 교사는 없어졌고 4명의 교사가 1지망으로 우리학교를 찾아오셨다. 이것은 중원의 변화가 반증된 것이 아닐까 싶어 은근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무엇을 하든 든든하게 어깨를 맞대고 함께 갈 수 있는 동료 교사가 있고, 교사들이 맘껏 수업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어렵고 힘든 일은 맡아 하면서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역량을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교감선생님이 계시고, 학교 안팎의 어려움을 온 몸과 맘을 다해 해결하려 노력하고 다모임에도 늘 함께 하며 교사를 믿고 감싸주시는 교장선생님이 계시기에 중원은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이런 힘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중원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혼자서는 외롭고 힘들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함께 하니 어렵지 않고 두렵지도 않다. 곁에 있는 동료들을 믿고 같이 가는 지금이 더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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