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복초등학교 교사 이정수(극단 H작업실 대표)
drama 미국·영국 [drɑ:mə]
1. (극장・텔레비전・라디오 등에서 공연하는) 드라마
2. (문학적 형태로서의) 연극
3. 극적인 사건, 드라마 (같은 일)
배우가 바뀌었다. 새로운 배우와 연습을 하고 있는데, 드라마가 영 생기지 않는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힘든 순간이다.
연극을 만든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퇴근 후 대학로 연습실로 향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작품 ‘구름을 좋아해’가 꽤 좋은 평가를 받으며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물론 초등학교 현장 공연이 많이 남아 있고, 공연기간 극장을 찾았던 어린이 연극상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보면서 은근히 겨울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 협회. 여름에는 국제아시테지연극축제, 겨울에는 서울아시테지연극축제가 열림)공연을 기대하고 있으니 앞으로 공연은 계속 될 것이다.
배우가 바뀌면서 연습 날짜가 정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종류가 많아 관리가 쉽지 않은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가 연달아 날아온다. 무대감독에게 소도구와 대도구 준비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와 무대 디자이너의 새로운 무대 시안이 이미지 파일로 전달되었다. 다른 참여자들의 응원의 메시지 몇 개와 이미 연습실에 도착했다는 배우의 메시지까지. 내가 바빠 일단 답장을 생략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새로운 연습은 연출로서 부담이 많이 된다. 지금의 연출은 예전의 권위 있고 파워가 넘치는 자리가 아니다. 배우, PD, 디자이너들, 감독들 등 프로덕션을 구성하는 여러 포지션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요구를 많이 받는 자리가 되었다.
동글동글 참 예쁜 구름이다. 극 중 주인공 미카는 정말 하늘을 날았을까? 예전에 연극원에서 공부할 때 ‘연극은 마법과 같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으니까!’ 라고 무수히 마음속으로 외쳤었다. 하지만 보여 지는 이미지도 중요하다. 그래 그거다. 순간 잠시 멈춰 서서, 무대 디자이너에게 ‘무대 중앙 메인 상자 밑에 무대 바닥을 깔았으면 함. 마치 하얀 러그 같은. 무대 바닥에 구름이 있는 느낌. 하지만 구체적인 구름 모양은 아니었으면 함. 스케치 후 이미지 보여주세요.’ 카톡을 보냈다. 잠시 후 메시지 앞 노란 1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답이 없다. 긴장 된다. 이게 바로 ‘드라마’구나. 잠시 동안 무대 디자이너와 연출인 나 사이에 드라마가 생겨났다.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생각을 해 본다.
1. 도대체 무슨 말이냐..
2. 제작비가 없는데 뭘 또 만드냐...
3. 연출아! 지금은 뭘 더 집어넣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작업을 해야 할 때라고..
4. 그럼 무대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설명적인 무대가 될 수 있어요..
5.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그 구름 이미지를 좀 더 상징적으로 만들어서 스케치 해 볼게요..
그래. 5번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잘 통하잖아.
연습실에 도착할 무렵 무대디자이너에게 ‘ㅇㅋ’ 사인이 왔다. 아싸~ 역시 5번이었어. 동시에 프로덕션 PD님에게 '음악감독 섭외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연습부터는 음악 감독이 참여하게 되는구나.
연습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찰나지만 또 드라마가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가 있을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 와 있을까? 또 나만 지각인가... 그래. 이런 긴장감이 드라마인데... 정작 작품 안에서 드라마를 만들기 쉽지가 않다.
연극놀이 연수를 가면 그렇게 드라마를 강조하는데, 그 때는 마치 드라마스페셜리스트처럼 얘기하는데, 역시 이론과 현실은 다른가 보다.
배 우 : 움직임과 오브제가 하나의 언어였으면 좋겠어요.
연출(나) : 악사는 음악이 언어라고 생각합시다.
배 우1 : 연극 앞부분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배우들은 이야기꾼인가요? 극 중 인물인가요? 어떤 역할이 편안하죠?
배 우2 : 이야기꾼이 극 중 인물로 변하는 부분과 오브제로 상징되는 부분에서 관객과 합의했던 연극적 약속이 이 부분에서 깨지네요. 어떻게 하면 이 약속이 계속 유지 될 수 있을까요?
연출(나) : 등장인물이 꾸는 꿈을 바꿉시다. 좀 더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열망이 구체적인 모험의 형태로 나오게 해봅시다.
배 우 : 그러니까 쉽게 얘기해서...그러니까... 이 장면 이해가 안 가요. 죄송해요.
누군가 얘기했다. 참 피곤한 존재들이다. 항상 따지고 가려야 하니까. 하지만 그래야 배우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고 연출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도 생겨나는 거겠지. 배우는 배우의 언어가 있고, 연출에게는 연출의 언어가 있다. 이게 제일 어렵다. 의사소통!!!
어쩌면 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내 인생에도 드라마가 잘 안 생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