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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Oct 21. 2018

민주시민교육과 학교

-동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홍윤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표) 부분에 대해 글 맨 아래에 주석을 달아 놓았습니다)



민주시민교육에 새삼 주목하는 연유 : 시민승리의 일상화


21세기 두 번째 십년기의 후반기를 지나고 있는 현재, 전 지구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그 국민이 경제적 고통에서 거의 완전히 벗어나 있는 ‘선진 민주복지국가들’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공통된 특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 나라들이 효율적인 국가적 지원체계를 바탕으로 전 사회에 걸쳐 아주 효과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학교 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말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교과 및 비교과 교육 안에서 민주시민교육의 교육적 정체성과 위상은 깊은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누가 뭐라고 간섭하지 않아도 나라가 시키는 일이라면 알아서 말을 잘 듣는 ‘착한 국민’, 기껏해야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순한 준법시민’을 만드는 도덕교육의 일종이라는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1987년 6월의 시민승리 이래 한 세대가 지난 뒤, 실질적 민주화를 크게 후퇴시켰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또 한 번의 시민승리인 2016/17년 촛불시민혁명의 결과 ‘대한민국헌법’의 규정에 따라 합헌적으로 퇴출되고 국가 정치권에서 민주질서가 복원되면서 민주시민교육이 본격적으로 재인식될 계기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에 국한되었던 ‘민주시민교육 담론’은 수도권의 지역 정치권 중심으로 각 지역 시민생활권에서 시작하여 전국적 범위로 확산되고, 나아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었으며, 거의 모든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청은 각급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시민승리의 기억에 도취되기 이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왜 반복적으로 반민주적인 권력 행태가 아직도 불식되지 않았는지 근본적으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관점에서 국가의 민주주의 체제를 그 근저에서 공고화하면서도 유능한 민주정치를 성공시켜온 민주 선진국가들에서 특징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바로 그 민주시민교육에서 그동안 한국 교육계와 정치계의 시야에서 가려져 왔던 것이 무엇인지 ‘민주시민교육’의 핵심과 그 본원적 기능을 되새길 때가 되었다.   



민주시민교육 ≡ 민주주의 + 시민 + 교육 ≡ 주권자 감수성 + 주권자 능력     


그런데 대한민국 민주시민교육 담론에서 전혀 예외 없이 민주시민교육의 선행 모범국으로 지목되는 나라들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민주시민교육”으로 호칭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단 하나뿐이다.*1 즉, 대한민국에서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부르는 그런 교육을 미국에서는 “시민교육”, 독일과 상당수 유럽 대륙 국가들은 “정치교육”, 영국과 유럽연합에서는 “민주시민성교육”,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인민 교육”으로 부른다.*2


이런 나라들의 공통성은 그 국가 체제가 ‘민주주의적으로’ 통치되는 ‘공화국’이라는 것인데, 그 통치의 주체인 ‘주권자’가 그 나라의 ‘시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각 국가의 최고 권력자로서 주권자인 시민이 그야말로 최고 권력자로서 응당 잘 알아서 잘 해야 하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일은 그 국가를 통치하는 것, 다스리는 것이다. ‘주권자’의 개념상 주권자에 대한 이런 규정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주권자와 관련하여 ‘시민’에 대하여 내린 이 규정이 문제인 것은 이 규정 안에서 주권자로 지목된 이가 (현대 이전 시대에 통상 그랬던 것처럼) 왕이나 군주가 아니라, 예전 같았으면 그의 통치 대상이었을 그 나라 구성원 전체인 ‘국민’ 또는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라면 모두가 채택하는 헌법에서 단정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다른 어디 사례를 들 것도 없이 현행 <대한민국헌법> 제1조 ②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야말로 바로 이런 시민 내지 국민 주권설의 최고 명제이다.


이렇게 그 국가에서 군주나 특정 권력자가 아니라 시민이 주권자라고 한다면, 그 시민에게 주어지는 권력과 책임 및 권한은, 그 외연상, 기존의 군주나 왕과 예전의 최고 권력자에게 맡겨졌던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예전의 군주와 마찬가지로 시민인 ‘모든 그/녀’는 나라를 지켜 그 나라 백성이었던 현재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며, 백성과 마찬가지로 시민도 생업에 열중하도록 하여 유기적인 생존과 물질적인 풍요를 향유하도록 하면서 현명하고도 정의로운 정책과 규범으로써 서로 간의 갈등을 조화롭게 조정하여 평화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통치’의 업무인데, 예전에는 이 통치를 전업으로 하는 군주가 통치를 전단하였다면, 지금은 바로 그 군주의 지위를 차지한 ‘시민’이 스스로에 대하여 그 통치를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민에게는, 군주에 대한 것과 똑같이, 자신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로서 소임을 다하고 그에 부응하여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감각과 능력을 갖출 것이 요청된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은 시민 자신이 그 국가, 그것도 민주국가를 건립한 국가의 최고 주권자임을 항상 자각하고, 그 권력을 사용할 태도와 능력을 항상 갖춤으로써 이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하도록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 즉 정치능력을 습득하고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시민이 실시간으로 자기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그런 걸 느끼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운명을 미리 타고났다고 여겨지는, 따라서 흔히 ‘천명(天命)’이라는 걸 받았다고 간주되는, 특출한 정치적 영웅이 있다고 믿어졌다. 그러나 이런 주권자 감수성과 주권자 능력은, 그것을 구사할 수 있도록, 그것도 그 나라가 존속하는 한 평생 구사할 수 있도록 체득하게끔, 별도로 훈련되어 숙련되도록 늘 관리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핵심은 국가가 존립함으로써 발생하는 바로 그 국가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치관, 지식, 기능의 습득과 연습인데, 이 점을 정치교육의 맥락에서 실천화시키자면 권력의 추이와 분포에 대한 정치적 문해력(political literacy)을 필두로 하여, 정치적 지향성, 정치 능력 및 정치적 기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주권자 교육으로서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     


이와 같은 정치능력과 태도는 주권자가 국가를 제대로 합당하게 통치하고자 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권자에게 이런 능력 또는 자질이 갖추어지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아주 곤란한 문제 현상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정치능력과 주권자 감수성, 그리고 책임능력이 없는 군주가 한 나라의 왕이 되었을 때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우선 이 왕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오직 임의적으로 휘두르는 자기의 강권으로만 인식할 경우 그/녀는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에 대하여 폭군(暴君, tyranny)으로 변질하며, 그것은 도리어 그 나라에 심대한 해악을 끼친다. 이런 폭군을 그 폭력을 넘어서는 폭력으로 제거하는 것은 예전에 올바름을 다시 복귀한다든가(反正) 왕조를 새로 만든다거나(開國) 하는 것으로 정당화되었다.


그다음에, 이보다 더 곤란한 경우는 왕이 된 자가 자신이 한 나라의 왕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여 군주로서 응당 행사해야 할 도리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자신의 최고 권력을 사실상 방기 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이 왕이 행사하지 않는 권력은 이 왕으로 하여금 사치와 방탕 또는 공포 속으로 유인하여 국가 통치의 본업으로부터 차단하고 자신이 그 권력을 가로채어 농단하는 세력자에게 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자신이 군주이면서도 군주인 줄 모르거나 그 자리에 가위눌려 제대로 군주로서의 판단조차 할 능력이 없게 된 왕을 예전에는 흔히 ‘혼군(昏君, a stupid king)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왕조국가에서 통치의 가장 기초적인 업무는 그 통치의 주권자인 군주 또는 왕에게 바로 이 주권자 감수성과 주권자 능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서 찾아지는데, 이 점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면 그것은 바로 ‘나라가 망한다.’고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국 역사에서 조선 시대는 국왕에게 주어진 이 주권자 권력 즉 왕권을 관리함에 있어서 대단히 탁월한 권력 관리 및 권력 운영 장치를 가동하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현직 군주와 그 계승권자에게, 사전에 그리고 정무가 실행되는 실시간에, 지속적으로 권력행사 교육 즉 주권자 정치교육을 시켰다는 것이다. 주권자 즉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전통은 세계에서 우리나라 즉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특출하게 실현되었다.


임금에게 유학의 경서를 강론하는 것을 업무로 하는 ‘경연(經筵)’은 “임금에게 경사(經史)를 가르쳐 유교의 이상 정치를 실현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실제로는 왕권의 행사를 규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였다. 기원은 중국 한나라 때 유학자들이 황제에게 오경을 강의한 데서 비롯되었다. 당나라 때는 한림원에 시강학사와 시독학사(侍讀學士)를 두는 등 어전 강의가 제도화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숭유 정책을 실시하면서 경연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태조는 경연청을 설치했고, 정종과 태종도 각각 경연을 실시하였었다. 세종은 즉위한 뒤 약 20년 동안 매일 경연에 참석했으며, 집현전을 정비해 경연관을 강화하였다.”*3 이에 반해 서연(書筵)은 왕의 후계자를 교육시키는 것으로서 “차기 국왕으로서의 왕세자에게 경사(經史)를 강론해 유교적인 소양을 쌓게 하는 교육의 장이었다. 태조는 왕조 창건 뒤 세자관속(世子官屬)을 설치하고 강학과 시위를 겸해 관장하게 하였다.” “서연에는 강학과 보도(輔導)의 기능이 있었다. 강학에서 세자의 학문은 의리를 깨달음으로 본원을 함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효제충신지도(孝悌忠信之道)’가 강조되었다. 그리하여 『소학』·『효경』을 우선적으로 가르쳤다. 그리고 경연관은 세자를 보도하기 위해 항상 세자를 시종 하면서 도의를 강해야 할 책임도 있었다. 서연은 원칙적으로 왕세자를 교육하는 순수한 교육적 기능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왕세자에게 어느 정도 정치적 실권이 있는 특별한 상황하에서는 정치적인 기능도 지니고 있었다.”*4 바로 왕에 대한 이런 권력 교육 덕분으로 조선 왕조는 세계 왕조국가 역사상 유례없는 500년 이상 권력 운영의 안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 전통에서 볼 때 권력에 대한 정치교육으로서 주권자 교육의 전통은 뜻밖에도 한국사의 흐름 안에 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능한 주권자의 정치 훈련으로써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민주주의 교육 콘텐츠 : 헌법정신의 체화와  현실정치의 예비로써 학교공동체의 운영      


그렇다면 현대 민주국가에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학교 밖 성인을 주체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이 예전에 왕을 상대로 한 ‘경연’에 해당된다면,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그 왕세자를 상대로 미래의 주권행사를 염주에 둔 일종의 ‘서연’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대한민국 학교의 교사들은 종신 주권자인 학생들에게 왕세자 교육을 시켜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따라서 학교의 교과서가 민주시민교육/헌법교육의 텍스트라고 한다면, 학교 생활은 그 주권행사, 즉 권력 운영, 정치참여의 연습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법>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하게 하여 민주국가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념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5 “애국애족의 정신을 길러 국가의 자주독립을 유지 발전하게 하고 나아가 인류평화건설에 기여”하는 국가 시민이자 세계시민으로 우리의 자손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교육방침”을 제시하고 있다.*6 이런 목적과 방침을 실현하고자 했을 때 자신이 이 나라의 주권자라는 것을, 그것도 종신으로 주권자라는 것을, 모르고 어찌 이 나라를 나의 나라로서 사랑(=愛國)할 것이며, 이 국가를 통치하는데 직접 참여할 기회나 능력이 없다면, 즉 정치능력을 제대로 갖춘 유능한 주권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국가의 자주독립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 주권자가 민주시민이 아니라면 이 국가가 어떻게 “민주국가로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여기에서 새삼 학교에서 교육할, 아니면 체득할 ‘민주주의적인 것’의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대한민국헌법> 안에 ‘민주주의’가 이미 실질적인 체제 가동의 원칙으로서 작동하고 구체적인 갈등 해결 원칙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그 어떤 추상적 이념이나 주관적인 사상이 아니라 실체법으로서 효력을 갖고 인적으로나 물적으로 구속력을 발휘하는 강제 규범이다. 두 명의 대통령은 바로 이 헌법질서와 법질서의 이름으로 그 권력적 지위에서 퇴출되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학교교육 안에서 실행되는 민주시민교육의 콘텐츠는 거의 연역적으로 도출된다.     


첫째,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그 핵심에 있어서 헌법교육이라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은 건국자인 주권자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간으로서의 권리(人權, human rights)’를 항목별로 규정하고, 그것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힘이 되는 국가권력의 운영 원칙과 작동 구조를 설계해 놓은 최고의 국가문서로서 이 권리와 권력의 행사를 경우마다 규정하는 모든 법들(法, laws)의 입법 원칙이다. 현행 <대한민국헌법>은 그 전문(前文)에서 그 헌법의 주권자를 지칭하는 ‘대한국민(大韓國民)’의 이름으로 인간의 권리와 시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과 그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최우선적으로 전체 교과과정에 <대한민국헌법>의 정신과 인권 및 주권과 관련되어 국가의 권력이 가동되도록 그 안의 주제들을 학생 주권자들이 체득하고 미래의 현실정치를 선취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어떤 나라의 민주시민교육이든 그것으로 습득되는 민주정치의 원형은 그 헌법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헌법교육은 시민으로서 ‘주권자 감수성’과 공화국 주권자로서 인간으로 대접받고 그것을 지킬 권리와 의무를 어릴 때부터 확약해 주는 민주시민 정치교육의 핵심이고, 이런 민주시민교육의 민주국가적 귀속성은 발달한 민주시민교육을 운영하는 나라일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7    


둘째,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학생들과 교사 및 (교육지원청을 포함한) 학교 운영자 그리고 학부모들이 어우러져 공동으로 상호작용하는 ‘학교 사회’를, 국가와 각급 지방자치체에서 운영되는 현실정치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주는 체감적 실습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학교 사회는 단지 교과교육과정뿐만 아니라 교과 외 비교과 생활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학교 사회에서 일종의 학교공동체를 이루고 이것들에 대한 민주적 운영을 통해 미래의 민주적인 현실정치를 학교의 장에서 실현하면서 동시에 선취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의 목표 역량 : 정치적 판단능력, 정치적 행위능력 그리고 방법론적 활용능력의 총합으로써 ‘지혜로운 성찰성’     


그렇다면 이와 같이 교과교육과정 및 학교공동체 생활과정을 통해 학생 주권자들에게 체화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은 어떻게 정식화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왕조국가의 예를 빌려오자면, 거기에서 최고의 군주상은 보통 성스러운 임금(聖君), 지혜로운 왕(賢君) 또는 총명한 군주(明君)로 형상화된다. 이런 유형의 군주의 특징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강 권력의 다양한 원천들 사이에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 자신이 통치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최적의 정의와 자기발전의 풍요로운 기회와 적절한 물질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군주의 권력이 곧 백성의 혜택으로 전화(轉化) 되도록 하는 권력 경영능력에서 찾아진다. 권력 능력이 이 정도 경지에 이르고자 할 경우 가장 먼저 있어야 할 것은 권력을 구사하는 주권자가 무엇보다 자기 나라를 잘 알고 자기 나라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모든 현안에 있어서 적절한 결정을 내려 권력을 투입하도록 하는 “정치적 지혜와 판단력”이다.  


탁월한 군주의 이러한 군주 능력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주권자인 시민의 민주시민능력 안에 그대로 이전된다. 즉, 민주시민교육이 체득시키고자 하는 것은 국가의 주권자가 이런 민주정치의 능력을 가질 경우 그 자신에게 장기적으로 유익한 법과 정책이 창출될 수 있다는 전망과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인데, 이때 핵심은 좋은 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데는 시민의 지혜와 좋은 판단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즉 시민의 앎의 질()이 민주주의의 질()과 국가권력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정치교수법과 청소년/성인 정치교육학회’*8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목표 역량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하였다.                 


민주시민성의 체감 과정으로서 현장 민주시민교육 운영의 원칙 :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건강한 정치생활     


그런데 이쯤 이르면 현실정치의 실시간 체험장으로서 현장 민주시민교육의 작동구조가 문제 될 것이다. 이 점은 특히 민주시민교육의 일차적 주제가 현실정치의 현안들이고, 여기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정당들이 민주시민교육의 당사자로 나서야 했던 독일에서 특정 정당의 홍보 선전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서로 견제해야 했던 상황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쟁점이었다. 즉, 실제로 현실정치의 주제를 갖고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한다고 했을 때, 특히 현실정치 쟁점들을 다루는 현장 민주시민교육에서 학습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교육사들의 학습 운영 태도는 자칫 정치적 편향성 논쟁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독일의 정치교육단체들과 기관은 학습자들이 스스로의 성숙된 판단력으로 공정한 정치인식과 가치관을 체득하여 건강한 정치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감식안을 갖도록 1976년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마련하였다. 그 합의안은 다음과 같이 3개 명제와 1개 보조 명제로 구성되었다.*9  


이렇게 되면 우리는 민주시민교육과 민주시민의 개념에 대해 보다 조차적인 정의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민주시민교육이란, 국민이 국가의 주권자로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현상에 관한 객관적 지식을 갖추고정치적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고비판의식을 갖고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책임지는 정치행위가 될 수 있도록가정학교사회에서 습득하는 모든 과정으로 정의된다.*10 이에 따라 민주시민이란,  국가의 주권자로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현상에 관한 객관적 지식을 갖추고정치적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고비판의식을 갖고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책임지는 정치행위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눙력과 의지와 품성을 갖춘 이 국가의 시민으로 정의된다.


결과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의 과정에서 앞의 역량을 체화하게 되는 주권자 시민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가 안에서 자기 생활의 주변에서 온갖 쟁점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치과정 안에서 정치와 일상이 일치하고 생활과 민주주의가 합치하여 자신의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건강한 정치생활을 영위하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1

“Democratic-civic education”을 검색어로 투입하여 구글 검색을 행해보면 바로 이런 표기에 맞는 사례가 단 하나도 찾아지지 않는다.(2018년 9월 28일 오전 6시 실행)


*2

바로 이런 민주시민교육 선행 모범국들에서 자국 언어로 호칭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영어로 번역할 경우 전혀 예외 없이 모두 미국식 용어법을 따라 ‘시민교육(Civic education)’으로 번역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에서 각종 민주시민교육의 총괄적 지원기관으로 작동하여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시민교육체계를 통괄하고 있는 ‘연방정치교육원(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이다. 이 기관의 영문 표기는 Federal center for political education이 아니라 Federal agency for civic education이다.


*3

권연웅(1995), 「경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Contents/Index?contents_id=E0002681  


*4

(한희숙(1995), 「서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Contents/SearchNavi?keyword=%EC%84%9C%EC%97%B0&ridx=0&tot=21)


*5

<교육법> 제1조 (목적)


*6

위의 법 제2조


*7

미국 시민교육의 핵심이 미국 헌법정신을 체득하는 ‘우리, 그 국민들(We, the People)’과 그런 헌법정신을 통상적인 국가 및 지방자치체의 정책으로 구현시킬 능력을 발달시키는 ‘시민 프로젝트(Project Citizen)’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통일 이후의 독일도 정치교육에서 헌법교육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민주 정치권으로 새로이 통합된 동독 지역뿐만 아니라 통합유럽에서의 민주적 시민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학교 헌법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민주시민교육 기관인 시민교육센터(Center for Civic Education)의 “We, the People”에 관해서는 그 홈페이지인 http://www.civiced.org/programs/wtp 에 탑재된 “We, the People State Hearing Questions”를 참조, (Access: 2018-09-28_10:43). 독일 민주시민교육에서 공신력 있는 정보와 학술적 지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연방정치교육원의 헌법교육 실상을 보려면 그 홈페이지에서 독일 헌법을 인포그래픽으로 그려놓은 ‘24 x Deutschland’ 사이트(http://www.bpb.de/politik/grundfragen/24-deutschland/)를 참조.(Access: 2018-09-28_10:45)


*8

Gesellschaft für Politikdidaktik und politische Jegend-und Erwachsenenbildung(GPJE). 홈페이지 http://gpje.de/ 참조


*9

이 합의안의 발의자인 지그프리트 쉴레가 원장으로 재직하였던 독일 바데-뷔르텐베르크주 정치교육원 홈페이지에 탑재된 원문에서 필자가 요점을 발췌하여 번역함.(lpb-bw.de> Home > Landeszentrale > Auf einen Blick > Beutelsbacher Konsens


*10

한국민주시민교육학회, 『민주시민생활용어사전』(유풍출판사, 1998), 128쪽



* 이글의 무단 전재와 인용을 금하며, 인용 또는 전용이 필요할 경우 ‘홍윤기 philoedu1985@gmail.com'으로 연락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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