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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Oct 21. 2018

꿈꾸는 이야기 ‘Y’

-백의초등학교 교사 나형일(연천혁신교육실천연구회 회장)

‘Y’, 여기는 어디일까요?


-학교 수가 경기도에서 가장 적은 곳(총 21개교, 초13•중6•고2)

-학교 수 대비 혁신학교 비율이 가장 높은 곳(51.7%, 2018.3.1.기준)

-교원들의 타 지역 전출 이동이 상대적으로 잦은 곳

-신규교사 발령이 점점 늘어나서 교내 5년 미만 저경력 교사 구성 비율이 높은 곳     


네. 바로 경기도 최북단 변방에 위치한 ‘Y’연천(Yeoncheon)입니다. 지금부터 연천 지역 선생님들이 실천연구회에서 함께 생각하며 실천했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혁신교육실천연구회가 처음 시작되던 3-4년 전만 하더라도 연천은 그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독서토론이나 정기적인 모임으로 혁신교육 철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의 혁신학교의 운영 내용과 발전 사례 등을 나누는 것이 주요 활동이었습니다. 연천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로 운영되어 왔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초기 단계에는 혁신교육실천연구회를 알리고 정착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계 또한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여러 모임들의 내용, 기능 중복에서 오는 교사 피로감입니다. 기존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권역별 동학년(군) 공동체, 혁신 네트워크 등 크고 작은 모임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실천연구회 활동이 그리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독서 토론 등의 한계입니다. 책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 이야기를 도출하는 데에 도움은 되지만 주제의 범위가 협소해질 수 있고, 활발한 참여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연구회 모임은 지역 전체 교사들에게 파급되는 효과도 적습니다.     



변화의 시작

1~2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운영이 모색된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연천 혁신교육실천연구회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연천만의 지역적 상황을 반영하여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학교가 많고, 교사 수가 적은, 교사 전출이 잦고, 신규교사 발령 비율이 높은, 학교 간 거리가 멀고, 자가 차량 이동이 힘든 신규교사들은 연구회 참석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많은 선생님들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우선 ‘공통의 관심사로 교사들이 모이는 것’ 그것이 최대 관건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대 있는 이야기와 음악과 같은 문화·예술로 자연스러운 교류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교육과 혁신, 삶과 문화의 이야기로 관내 전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첫 꿈꾸는 교사 이야기 

2017년 6월 29일 저녁, 꿈꾸는 교사 이야기가 연천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있었습니다. 관내 70여명의 선생님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토크 형태로 꾸며진 첫 번째 이야기 코너에서는 고경력, 저경력 선생님이 함께 교사로서의 고민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초·중등 선생님들이 학교에서의 교육 실천 내용, 교사의 삶 등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017 ‘꿈꾸는 교사 이야기Ⅰ’>  신규교사와 경력교사의 색깔을 느껴보는 토크 현장 모습

                                     

두 번째는 선생님들의 기타 연주와 노래, 합창 등의 프로그램은 연천 선생님들의 끼와 재능을 한껏 보여 주었습니다. 2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통의 이야기와 노래, 연주 등을 통해서 교사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같이 울며 웃었던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많은 걱정들이 있었지만 각 학교에 숨겨졌던 이야기, 음악 고수님들 재능 덕분에 200%의 감동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2017 ‘꿈꾸는 교사 이야기Ⅰ’> 숨겨진 능력! 노래, 밴드 공연하는 모습



또 다른 꿈을 꾸며

현재 연천 혁신교육실천연구회는 28명의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절반 정도의 선생님이 5년 미만의 저경력 선생님입니다. 올 10월에 실시하는 제 2회 꿈꾸는 교사 이야기를 준비하며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특별히 이번 프로그램에는 미술, 음악 교과 연구회와 서로 연계하여 보태니컬 야생화 작품도 전시할 계획이며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현악 2중주 연주회, 합창, 피아노 듀오 연주 등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선생님들에게 ‘지역 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학교 안 문화를 개선해 가며 각 학교의 교육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연구회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그 동안 혁신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또는 학교 전체가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연천에 있는 혁신학교들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를 개발, 보급하여 학교 내 성찰 자료로 쓰이도록 돕고자 합니다.    

                  

         

보태니컬 야생화 작품 전시 관련 회의하는 모습
<음악/예술교과연구회> 교사들이 퇴근 후 바이올린, 첼로 현악 2중주 연습하는 모습



변방은 없다

몇 해 전 어느 분이 연천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저에게 변방이 곧 세상의 중심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환경 여건이 어렵다고 느낀 것에 대한 위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변방과 중심이라는 우월감과 박탈감의 틀은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연천 혁신교육실천연구회에서의 활동들이 중심도 변방도 아닌, 모든 선생님들의 소중한 삶과 꿈들을 응원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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