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잘.
잘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일이 하나 둘 늘었다.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으니까. 책을 끼고 살던 적도 있었지만 그게 빨라야 하는 일인줄은 몰랐다. 속독 할 줄 알아? 간만에 듣는 질문에 물론 할 줄 안다고 대답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확실히 늘긴 는다. 이해를 하지 못해서 그렇지. 정독이 더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린 시절의 자존심이란 그런 것이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글을 읽으려고 했다. 정말 글자만 읽어대는 습관이었다. 삶은 그런대로 날 훑고 지나가는 듯 했다.
취미로 해, 취미로.
잘하는 사람은 많았다. 따로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이나, 누군가 출퇴근 길에 짬을 내어 찍는 사진들이 기가 막힐 때. 햐, 어떻게 저럴까. 나는 시간을 온통 쏟아부어도 그렇게 안 되는데. 나름대로 '비슷한거 해요.'라며 조용히 소곤대고 다니는데.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며 카메라를 들지 않는 것처럼. 그런 한심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감나무 아래 누워 하염없이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멍청이랄까.
취미로 하라던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악착같이 버텼지만 이룬 것 없이 시간이 흘렀다. 어리니까 괜찮아. 그런 말들이 뜸해질 나이가 되고 말았다. 영화를 보면 대개 이런 식으로 청춘이 끝장나곤 하던데.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할까.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할까. 그리고 나는 책임자들에게 으쌰으쌰 아부도 떨어가면서, 그렇게 절로 기어야할까.
그러나 배알없이 살진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골치가 아파 좀 쉬려고 연락을 했는데, 늘 낭만있던 말을 쏟아내던 친구는 그새 뇌에 기름이 낀 듯 자동응답기나 낼 법한 소리를 한다. 시간이 남아도니 한국에 돌아가 근근이 살아내야 할 직장을 찾아봤고, 터무니없이 높은 방세에 위치 좋은 옥탑을 골라봤다. 아,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사람들은 점점 돈 쓰는 방법밖에 모르게 될거야.
마음을 잔뜩 빼앗겨 버릴만한 일이 다시 올까.
오늘 한 일은 방에 한기가 돌아 그걸 덥히는 일이었다.
이리저리 섞인 문장들이 머릿속을 뒹굴고, 며칠 째. 불면증이 괴롭혀서 누가 이기나 진한 커피까지 연거푸 들이켠다. 하겠다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매일 같이 늙지 않을 것처럼 하루를 허비한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는 사이, 바깥에 날리는 굵직한 눈발을 깨닫는다.
무기력하고 따분하고 서툴게 죽는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