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의 행복
남자가 숙소를 옮긴 이유를 물었다. 전 날 머문 숙소에서 나를 봤다면서, 기괴한 아프로 머리는 담배 연기를 몰고 와 내 자리 옆까지 안겨 왔다. 벽에 조악하게 그려진 골목의 글씨들을 찾아내야 하는 건 여느 숙소나 다를 바가 없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골목을 찾는일이 버거워 누군가는 사람을 붙잡고 돈을 내는 편이 나을 것이라 냉소하기도 했다.
창문은 5만원.
아 그래, 들이치는 햇살을 돈 주고 사야한다. 월세는 5만원 가량 올라간다고 부동산의 남자는 그랬었다. 빨래가 더 잘 마르겠다, 봄 햇살은 따뜻할테고. 햇살로 얻을 수 있는 기분을 빠르게 채점한다.
떠돌이 생활이 길어져 그런지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꿈의 최전선이라는 기대를 받곤 한다. 현실과 동떨어져 사는 사람. 그런 기대가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한다 한들,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인간이 아닌데.
더 생각해 볼게요. 언제부터 빛이 누군가의 소유가 되고 나는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지. 삶의 질을 높이는데 방이 없거나 다른 사람이 팔지 않는다면 몰라도 돈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 햇살이 한 달에 5만원, 1년이면 60만원.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서 고민을 나중으로 미룬다.
넌 어디서 왔어?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티팟과 잔을 내어 뒀다. 내가 우물쭈물하는 것은 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값을 치르기 난감한 제스처였고 꽤 노골적이었나보다. 걱정 마, 웰컴 티야. 돈 안 받으니까. 긴장이 조금 풀리자 나는 말해야했다. 이전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인이 같은 숙소인걸, 그의 말에 나는 머쓱해진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 거긴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있다고 그랬어,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야. 난 그의 태도가 불쾌했어. 거지보듯 하는 그 태도가, 물론 실제로 거지 맞아. 가난한데 여행 하고 싶어서 지갑 쥐어짜며 다녀. 돈 버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딱히 안 먹어도 상관은 없었어. 그런데 그깟 돈이 없어서 아침을 먹지 않느냐 말하는거야. 난 왜 나에게 그렇게 대했는지 알고 싶어.
정말 미안해. 그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2천원 짜리 아침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 스스로가 참 서러워졌을까봐 그의 말이 쓰리다.
그리고 고작 2천원이었다. 기분 좋은 친절을 주는 직원, 아침밥이 포함된 숙소, 깨끗한 수건, 멋진 테라스, 이전 숙소에선 볼 수 없었던 뜨거운 물이 나오는 욕조까지. 둘은 씁쓸하게도 참 야무지게 달랐다.
맛있는 음식들은 언제나
주머니에 돈을 넣어온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 적은 처음이었다. 예상했지만 있는 돈을 죄다 털어 쓰겠다고 생각했다. 팁을 달라는 연주자에게 당연히 돈을 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처음이야. 그렇지만 너무 좋았는걸.
세상에 넌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거야. 맛있는 것들이 잔뜩 눈 앞에 있으니 얼마나 부자가 된 느낌인지.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며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 정말 맛있는 것들을 먹고 있어, 테이블 잔뜩 채워서.
난 행복에 스스로 값을 매기는 일이 서툴러 여전히 고민에 잠기곤 한다. 기꺼이 낼 만한 돈인지, 그렇지 않은지, 값이 한참이나 부풀려졌는지. 이게 얼마짜리 행복인지 가늠해 볼 뿐이다.
난 그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