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건 럭키>
*본문은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보험사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직장을 잃은 주인공 지미 로건. 본인의 일이 다리를 저는 것과는 상관없지만, 상관있다 여기는 사람들로 인해 백수가 되고 만다. 그러나 싱크홀 보수 작업을 맡고 있던 지미는 작업장 위, 레이싱 경기장의 현금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으니 그 금고를 털기로 작정한다. 한편 이라크에서 팔을 잃은 동생 클라이드 로건. 전직 군인에 대한 예우가 더할 나위 없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거만한 레이싱 선수들은 그를 괄시한다. 해고 후 술이나 마시던 형 지미까지 합세해 싸움이 붙는다. 앙심을 품은 셈이다.
지미는 이혼한 아내가 딸을 데리고 재혼한 남편의 사업처 쪽으로 이동한다는 말에 무너진다. 의지할 수 있는 금쪽같은 딸과 떨어질 수 없거니와 직장 잃은 남자로 양육권도 찾아올 수 없으니 고소할 것이라는 말만 남길 뿐. 그러나 고소할 돈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로건 형제는 여동생 멜리 로건, 수감 중인 폭파 전문가 조 뱅과 그의 형제들을 파트너로 삼아 현금 탈취 계획을 세운다. 관객의 입장에서 느낄 어딘지 불안한 모습은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조차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썩 좋은 예감이 들지 않는 팀을 보고 결정적 의문이 솟는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참고할 점이 많다. 범죄 오락영화가 주는 간결한 메시지는 대개 돈을 별 것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쿨함이 엿보이는데 <로건 럭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절실하여 구질구질하기까지 하다. 너무나 보통에 가까운 사람들의 범죄를 엿보는 기분은 그래서 메스껍다.
조 뱅을 탈옥시키고 금고를 털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아오는 것. 허무맹랑한 작전에 필요한 역할들에게 감독은 이유를 부여한다. 뱅의 형제들을 설득하는 대화에서 형제는 노골적으로 ‘명분’을 요구한다. 자신들이 이 도둑질에 참여할 명분. 로건 형제는 가상의 더 나쁜 놈들을 만들어 그들을 설득하지만 차질이 생겨 바뀐 일정에서 일어나는 마찰로 알 수 있듯 사실 그들에겐 명분 따위가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지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잘 웃지도 않는다.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자동차 같은 기계를 잘 다룬다. 아빠만큼 모든 종류의 장비를 꿰고 있는 딸아이를 보자면 어딘가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들은 썩 부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것이다. 다만 옛 노래를 부르는 장면 속 가족애 하나로 전부 덮어버리기엔 찜찜한 감정. 모자란 사람들의 결여가 진지함을 머금었을 때, 잔인한 말이지만 애석하게도 재미는 없다.
그렇게 죄수들의 소동으로 하는 협상 중 '왕좌의 게임’ 다음 권이라는 소망은 기괴한 웃음 포인트로 작동한다. 작가가 아직 쓰지 않았다는 소장의 말에 소박한 요구는 엄청난 요구가 되고 만다. 그럼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인가. 감독은 분명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새로운 문제가 하나씩 터질 때마다 교도소장은 끊임없이 말한다. 우리 교도소에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
영화는 약자에게 강한 괴물들에게 한 방 먹이고도 통쾌함 대신 씁쓸함이 남는다. 동생 클라이드는 전쟁까지 겪었어도 미신을 맹신하지만 작전은 다행히도 성공했다. 관객도 주인공도 보험사도 모르는 정확한 돈의 액수에서 훔친 돈을 실은 트럭을 주유소에 갖다 버리고 사건은 종료된다. 끊임없이 바보 같고 답답했던 주인공들이 말하는 것만 같다. ‘우린 이렇게도 할 수 있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 일어나고 FBI까지 동원되어 진행되는 수사에서 더없이 어설픈 로건 형제에게 수사망이 턱밑까지 좁혀 들어온다. 조 뱅을 꺼내기 위해 일부러 잡혀온 클라이드나 내부시설을 잘 알고 있는 지미를 용의자로 세우지만 증언들이 서로 맞지 않는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의 증언은 힘을 갖지 못한다. 되려 떳떳하게 살아온 형제가 범죄 하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리고 진전 없는 수사를 종료시키는 국장.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았으니 다 괜찮은 레이싱 경기장의 책임자. 자신이 잘릴 수도 있으니 탈옥은 없어야만 하는 교도소장. 클라이드에게 전쟁 후 보상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국방부. 대단한 스케일의 범죄는 여태 얌전히 지낸 형제의 해고수당쯤으로 보상된다.
감독은 아쉽게도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충분히 줄만큼 여백을 두지 않았다. 오션스 시리즈보다 조금 더 가벼운 무게로 특유의 완급조절은 연출의 기술에서 정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영화에 철학을 담기에 범죄오락영화가 가진 '오락'은 두터운 두께를 지닌 듯했다. 철학만 담자면 흥행을 포기해야 한다는 고뇌가 여기까지 느껴 울린다. 그렇기에 자신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변주가 가미된 결과물엔 대체로 이도 저도 아닌 맛을 느끼곤 한다. 확실하지 않은 맛 역시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크린은 잔혹하니까.
결국 보험을 지급하지 않을 목적으로 해고한 지미가 벌인 사건으로 보험사는 막대한 보험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그는 마치 본인의 원래 몫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금고를 턴 뒤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다시 평소처럼 지낸다. 얼간이로 여기던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은 주인공 도처에 널려있던 사람들과 사뭇 다르지 않은 역할을 맡는다.
저런 사람이 그런 일을 벌일 깜냥이 되지 않을 거라고.
지금껏 봐 놓고도 그런 합리화를 하려 애쓰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