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좋은 것

좋은 게 좋은 건 아냐.

by 박하


왜 좋은 곳에는 가지 않니?


엄마가 나고 자란 나라의 기준에서 ‘좋은 곳’이란 오직 미국이나 유럽. 하다 못해 캐나다 정도의 나라도 떠올리지 못하는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줄줄이 열거한다. 인도, 필리핀, 멕시코, 수단, 이라크.. 어디서 들었는지 나조차 바로 떠오르지 않는 엄마의 ‘좋지 않은 곳’들. 오랜만에 집으로 걸려온 아들의 전화에 다시금 그런 핀잔을 주는 건, 엄마의 걱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참 오래 참았겠지 엄마도.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봤겠지만,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는 더 제멋대로이기로 했다. 다시 한 번 묻는 엄마의 말에 이 곳도 충분히 예뻐요 라고 하지 못하는, 조금은 덜 제멋대로인 아들.


DSC01408.jpg 인도, 우다이푸르 (2016)




쌍꺼풀이 없어야 해.


미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에 잠자코 듣고 있기로 한다. 웃는 모습이 예뻐야 해. 아, 그리고 손도. 제각기 다른 기준에 내 취향으로는 썩 좋지 않아서 괜히 핀잔을 준다. 예쁜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편견은 없지만 그래도 이왕 이쁜 것이 좋다고.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버린 어느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가 딱 그 정도.


내게 가장 멋진 나의 연인보다, 나와 나의 연인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더욱 신경 쓰는 것은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보조개와 쌍꺼풀과 높은 콧대와 드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연인과 함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해 보인다는 걸. 그것만으로 괜찮다는 것도.


DSC01402.jpg 인도, 우다이푸르 (2016)
DSC01409.jpg
DSC01479.jpg


재력, 학벌, 외모. 이제는 일반적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준들로 사람을 논하다가, 되려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 쿨해 보인다는 이유라던가 좀 더 선진화된 마인드라고 스스로를 여기는 태도만 없다면 딱 좋을 테지만. 그렇게 점점 따지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신제품이 나오면 구경하기에 바빴다. 특히 전자제품에서 그랬고, 휴대폰이나 카메라에서 더욱. 비록 정반대였지만, 책 같은 것은 초판을 찾기 위해 중고서점을 한동안 뛰어다닐 만큼 극단적이기도 했다. 아예 낡았거나 완벽히 새로운 것. 스스로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취향껏 물건들을 찾아다니다 깨닫고 말았다.


새로운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 오래된 것 역시 좋다고 느끼니 이렇게나 찾아다니지.


결국 좋은 것을 찾아다닌 꼴이 된 내 삶의 방식에, 참다못해 끼어든 자아는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냐고 다그친다. 옷, 신발, 숙소. 내가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과 나는, 결코 가까이 하지 못했다. 등록금을 아까워하는 마당에 팀플로 짜인 조원들의 적당한 탑승 또한 나를 분노케 만들었다.


인도, 아그라 (2016)


좋은 게 좋은 건 아냐.


너는 좋게 좋게 넘어갈지 몰라도, 나는 나쁘게 나쁘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흐리멍덩하지 않고 선명한 것들은 분명 시간이 필요했다. 언제 어디서나 그렇듯, 시간을 투자할수록 더 선명히. 그래서 나는 더욱 타협할 줄을 몰랐나 보다.


너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워 말을 삼키고 만다. 서툰 제안과 격양된 목소리, 누군가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또 다른 아무개를 위하여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이나 새벽같이 일어나 두터운 화장을 하고.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싸늘한 날씨에 나시티를 입고 나온 남자는. 모두가 본인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쫓겠지.


그리고 손톱이 길어지는 꼴을 절대로 못 보는 나는, 지금 손톱깎이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