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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Mar 22. 2022

나의 25살

오늘의 생각 #23


나의 25살,


참 안일했던 나이.


내가 잘하면 잘 될 것이라고 착각하다니,

얼마나 세상의 쓴맛을 더 봐야 정신 차릴까?


조금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고

얼마나 김칫국을 마셔댔는지 모른다.

세상이 곧 바뀔 거라고 믿는 것처럼

막연한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 같았는지 모른다.


매년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린 그렇게 생각한다.

'해피 뉴 이어, 올 해는 작년보다 더 행복하길!'

음... 그냥 그러길 바라면서 김칫국을 마셔댄 것이다. 나도 올 해는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지겨워 죽겠다.

고작 스물다섯 살짜리가...ㅎ 넌 아직 멀었어! 하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사람마다 타고난 복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하는 것이다.

난 안타깝게도 일복은 타고나지 못한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일들이 항상 가로막혀있다.

아주 꽉 막혀있다.

언제 시원하게 길이 뚫릴지, 그것이 나에게 달려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이다.

왜 사람들이 인생을 운빨망겜이라고 하는지 알 것만 같은 것이다.

원하는 대로 안 풀렸다고 징징대는 비겁한 자들의 변명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인생은 정말로 운빨망겜이었던 것이다.

운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상황은 그냥 벌어지는 것이고 일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다.

그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뼈로 느끼고 살로 깨닫는 것이다.

직접 겪어본다는 것은 다르다.

살에 닿는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알고만 있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래도 인생에 밸런스 패치가 되어있어서 다행이다. 난 다행히도 인복이 있다.

내가 좀 외로워할 만하면 늘 내 곁에 누군가가 있어줬다.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질 뻔하면 늘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난 외로움이나 고독을 잘 모른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지 말라고 주변에서 꼭 누군가가 옆으로 와줬으니까.

나는 외로움을 모르는 아이다.

그리고 실패를 잘 아는 아이다.


사람들은 세상사가 사실은 정해져 있다는 걸 잘 모른다.

시간이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기 때문에,

사실은 정해진 순리대로 흐르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래서 미래를 바꿔보려고 아등바등한다.

과거가 후회되어 밤마다 이불을 찬다.

이미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이란 걸 모르고

자꾸만 다른 것, 새로운 것들을 필요로 하여 찾는다.

그래서 그냥 일어나야 해서 일어난 일에 신의 뜻이라느니 그럴만했다느니 그래선 안 된다느니 의미부여를 하며

그래서 그냥 때가 다 돼서 끝나버린 일에 본인이 해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그렇게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의미부여를 빼면 시체다.

의미가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물리적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유한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의미부여 때문에 영원해지고 무한해진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잘해서 그렇게 된 줄 알고

나는 겸손하다고 착각하면서

의미부여를 하며 구름 속을 둥둥 떠다니다

당연스런 중력의 힘에 의해 바닥을 치고 나서야

아 내가 건방졌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난 앞으로 쓸데없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순리대로, 정해진대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고 살아갈 것이다.

난 그냥 그 시간들 속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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