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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Jan 17. 2023

내 모든 것들의 이유

오늘의 생각 #43


세상엔 우리의 앞길

심지어 뒷길까지 막으려는 것들이 참 많아

앞도 안 보고 걷는 사람

내 뒤에서 신발을 밟고 가지

뒤도 안 보고 가는 사람

뒷사람 길을 막아서고 방해하지


긴 건 종종 나도 그래


돈, 성별, 편견, 의지, 언어

심지어 시간까지

무언가가 되지 못하도록

혹은 무언가가 되도록

무의미한 삶을 살도록

혹은 의미 있게 살도록 부추기듯이

무언가가 있어

우리 눈에 공간은 보이지 않고

그곳에 채워져 있는 것들,

차지하는 그 부피만이 보이듯이

우린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지만

분명 여기엔 뭔가가 있어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또는 아주 예민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이 우주에는 분명 뭔가가 있어


그 길고 긴 여정을

혹은 짧은 인생을 돌고 돌아

결국엔 우리를 이곳에 존재하게 만드는 것

세상엔 분명 뭔가가 있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결핍들, 모자란 것들

상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들

구멍 난 마음을 채워줄 그 절대적인 것


그렇구나


이 세계의 중심엔 사랑이 있어

저 하늘엔 사랑이 있어

이 땅 위엔 사랑이 있어

그래서 미움이 있고 고통이 있어


다리가 불편해서

팔을 있는 힘껏 휘두르며

그 반동으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가

불가피하게 주변 사람을 치듯이

결핍이 있고 고통이 있어

절대적인 어려움이 있어

사랑이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이야

이 지구엔 그 모든 것의 이유가 있어


빛이 나를 늙게 만들어도

넌 나를 사랑해 줄 거야?

쭈글쭈글 할아버지가 되어도

넌 내게 귀엽다고 할 거야?

흔들리고 있어

내 세상이, 기준이 바뀌고 있어

내가 따지는 현실이 뭔지

내가 추구한 낭만은 뭐였던지

분간이 안 돼

그간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을 좇은 느낌이야

우리 모두 그러고 있는 거야

그 짧은 고통과 행복의 순간들을

소중히 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는 거야

난 아무렇지 않고 싶을 뿐인 거야


네 손을 놓지 않을게

네 손잡고 힘껏 부딪혀 볼게

내가 그렇게 으스러질 때마다

난 다시 태어나니까

난 실패한 적이 없어

부서지고 다시 태어나는 걸

반복해 왔을 뿐이야

믿을 수 없는 건 없어

믿지 않기로 선택한 것뿐이야

이렇게 믿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우리가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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