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Oct 10. 2023
마치 그런 기분인 거야
사막에서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 같아
그 어떤 자원도 없지
풀도, 나무도, 흐르는 물줄기도 없이
사막에서 피라미드를 짓는 것 같아
도대체 어떻게 이걸 한다는 거야? 싶은 일을 해내야 하는 것과 비슷해.
고통스럽겠지만 편견과 이성적인 관념들을 꺾고 세상은 완전히 비상식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해.
존재하지도 않는 오아시스를 꿈꾸면서
우린 오늘도 피라미드를 짓지
오아시스는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필요한 낙관적인 환상이라는 전략에 불과해
나는 언제나 다른 이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수치심을 품고서.
심지어 네가 없어야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존재를 부정당하면서까지 말이야.
우리는 피라미드를 짓지.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지킬 게 있기 때문이야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우린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서로의 것을 인정해 주기 위해
늘 희생과 리스크를 떠안고 살아야 하는 거야
혼자서는 할 수 없어
도와주고, 도와달라고 말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뿐이라는 거지.
오늘도 피라미드를 지어보자, 우리.
죽음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