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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Oct 16. 2023

I can die tomorrow

오늘의 생각 #56


I can die tomorrow

I can live tomorrow

우린 다양한 가능성들의 늪에서 살아가지만

내일 죽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


자신의 예상이 맞길 바라고

자신이 믿는 것을 믿고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근거들은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마약인 줄 모르고

마약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

그 사람이 그런다고 해서

나까지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나는 안 그럴 거란 보장도 없는 게 인생이지

내가 마주한 사람이 어리석은 만큼

나도 어리석다는 거야

사실은 내가 바보인 걸 아는 사람이 정말 똑똑한 거지

내가 똑똑한 줄 알면 오히려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니까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건 다 살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런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는 건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이야


살기 위해 살면 나만 보여

내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지

나만 생각하고 나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돼

내가 죽는다는 걸 알면

내 생각, 내 고민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를 깨닫게 돼

어차피 죽을 건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진짜 의미가 있는 건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숨겨져 있다는 거야

우리는 지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만 살 수 있어

그리고 죽을 거야

우리는 이미 살아있는데 왜 살아있음을 느끼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해?

우리는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고 싶다 해?

이러나저러나 살아있고

이러나저러나 죽을 거야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해서 내가 이 세상의 유일한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말도 안 되는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서 내가 제일 불쌍한 것처럼 보일 때에도 한결 같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어차피 살아있고

어차피 죽을 거야

모든 생각, 모든 고민, 모든 믿음, 모든 희망, 모든 좌절, 모든 즐거움, 모든 우울함, 모든 억울함, 모든 불안함, 모든 기쁨, 모든 사랑, 모든 배신, 모든 목표, 모든 아쉬움, 모든 성취, 모든 돈, 모든 빚, 모든 상장, 모든 쾌감, 모든 기억, 모든 추억, 모든 계획, 모든 의도, 모든 질문, 모든 상처, 모든 음식, 모든 것들은

다 삶 저 건너편에 있을 뿐, 내 것이었던 적이 없어.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것들에 불과해

동물의 왕, 사자는 하루에 20시간을 누워서 쉰대.

우리가 애쓰는 게 다 무슨 의미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노력이 아니야.

우린 단 한 번도 노력한 적 없어.

노력은 고집을 미화한 단어일 뿐이야.

애쓰는 건 저항을 미화한 단어일 뿐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살아있는 것, 그저 존재하는 것.

어차피 다가올 죽음에 마주할 때까지,

모든 걸 내려놨을 때의 그 해방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


그 해방감 속에는 언제나 리스크와 도전이 있겠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확률의 기적이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도전이란 자살일 테지만

삶에서 해방된 사람에게 모든 건 그저 숨 쉬는 일일 테니까.

살아있을 때의 명예로움이 아니라

죽을 때 깨끗하고 떳떳하게 죽는 것을 삶의 목표로 해야 해.

그 어떤 후회도 미안함도 미련함도 없게.

후련하고 감사한 마음만 남기고 죽을 수 있게 오늘을 살아야 해.

그것에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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