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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Nov 14. 2023

뒷모습

오늘의 생각 #65


모든 게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모든 게 떠나가는 것 같은
모든 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게 모든 게 꼬인 것 같을 때가 있지
네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너는 커다란 파도가 널 덮치는 게 느껴질 거야
공포스럽겠지만 넌 곧 알게
모든 게 널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그 파도의 떠나가는 뒷모습도 볼 수 있게 된다는 걸
모든 건 지나가, 모든 건 뒷모습을 보여
뒷모습을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의 뒷모습을
너는 봐, 모든 것의 뒷모습을
나는 봐, 뒷모습을

네가 바랐던 모든 게 무너지고, 네가 바라지 않았던 모든 게 이뤄질 때
너는 네가 그걸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겠지

실성할 정도로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려서 웃음이 나올 거야

그러면 네 뇌는 지금 네가 행복하다고 착각 거야

어이가 없지

그러면 그걸 비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게 너무나도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게 얽혀있어
결국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포기하고 숨 쉬고 살아가는 것 밖엔 없다는 거야
이 얼마나 편안하고도 끔찍한 사실이야?
인간의 상식과 의지가 닿지 않는 곳이 있다는 건 우리가 울고 웃는 모든 게 어쩌면 시스템일지도 모른다는 뜻이야
그렇게 되도록 설정되어 있는 몸속에 갇혀있는 영혼들이 자신은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지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 거야
우리는 돌과 먼지로 만들어진 존재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기계처럼 고쳐줄 수 없다는 거야

우린 부품이 아니야

날씨에 가깝지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하도록 말이야


 봐, 네 마음의 뒷모습을

나는 봐,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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