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여름이 찾아왔다.
여름밤, 아름답게 뜬 달을 바라보던 빛은 풀을 뜯어먹는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빛 : 안녕, 난 빛이라고 해. 넌?
?? : 냠냠, 네가 빛이라고? 못 믿겠는데.
빛 : 어째서?
?? : 세상엔 거짓말을 하는 것들이 많아.
빛 : 상처를 많이 받았구나. 난 널 해칠 생각이 없어, 안심해. 혹시 네 이름은 뭐야?
돼지 : 난 돼지라고 해.
빛 : 반가워. 난 정말 빛이 맞아! 노래를 들려줄까?
돼지 : 그래, 어디 한 번 증명해 봐.
빛은 바람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외로움으로 외로움을 채워주는 듯한, 차갑고 슬프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선율이었다. 빛은 돼지가 듣고 있다는 생각에 떨렸지만 무사히 노래를 마쳤다.
돼지 : 너 정말 빛이 맞구나! 그래, 이건 빛만이 들려줄 수 있는 노래야. 정말 마음에 들어.
빛 : 그렇지?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야.
돼지 : 응. 네가 매일 보고 싶을 것 같아.
빛 : 너도 날 필요로 하게 됐구나?
돼지 : 맞아, 아침마다 날 찾아와 줄래? 하루를 너의 노래와 함께 시작하고 싶어.
빛 : 알겠어.
다음날 아침, 빛은 뿌듯한 마음으로 돼지를 찾아갔다.
돼지 : 왔구나.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밝은 거야? 낮에는 너 때문에 눈이 아파. 저 멀리로 가서 그냥 노래나 불러. 나는 날 아프게 하는 것들은 딱 질색이거든.
빛 : 정말 유감이다. 난 이러려고 태어난 게 아냐!
돼지 : 난 너의 노래 때문에 보고 싶었던 거지, 네가 왜 태어났는지는 관심도 없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빛 : 적어도 넌 정말 솔직하구나.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 같더라니, 정말 솔직해.
그렇게 빛은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상처는 시커먼 혹을 만들었고, 그곳에 그림자가 생겨났다. 그날 밤, 어김없이 동굴로 찾아온 빛을 보고 늑대가 말했다.
늑대 : 이게 뭐야?
빛 : 뭐가?
늑대 : 그림자가 생겼어.
빛 : 정말이네? 평생 달고 다녀야 할까?
늑대 : 글쎄, 어쩌다 생긴 거야?
빛 : 사실 아까 돼지가 날 필요로 한대서 찾아갔었는데, 노래나 부르라며 날 무시하더라고. 그때 생긴 것 같아.
늑대 : 돼지는 널 필요로 한 게 아니야.
빛 : 그런가 봐...
늑대 : 다른 것들은 찾아다니지 마. 내가 있잖아.
빛 : 고마워...
늑대의 진심을 느낀 빛은 더 밝고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빛이 커진 만큼 그림자도 함께 커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