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숲 : page 7

절망

by 박한얼 Haneol Park


어둠은 봄이 찾아오면 활짝 피는 꽃들을 밤새 쓰다듬어주고, 여름이 찾아오면 꽃들이 숨을 쉴 수 있게 공기를 식혀주었다.


대부분의 꽃들은 어둠에게 고마워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중 유별나게 눈에 띄는 꽃이 있었다. 그 꽃은 절대 어둠에게 고마워하지 않았고, 제멋대로 굴곤 했다.

: 내가 이렇게 일찍 찾아오지 말랬지! 아직 햇빛을 다 못 쬐었단 말이야.

어둠 : 그렇지만, 이젠 해가 일찍 져서 나도 어쩔 수가 없어.

: 됐어, 너 때문에 내가 겨울만 되면 져버리는 거야!

어둠 : 다른 꽃들은 다 나에게 고맙다며 잘해주고, 달과 별은 내 품을 좋아하고, 올빼미들도 날 반겨주는 데다 사슴들은 날 두려워해. 그런데 넌 뭐가 그렇게 문제야?

: 글쎄, 울엔 최대한 늦게 와서 내가 지는 것을 막아주고 봄이 오면 최대한 빨리 찾아와서 날 첫 번째로 피워줘.

어둠 : 좋아.



어둠은 이 제멋대로인 꽃 지는 것을 막아주려다 빛과의 약속 어버린 것이었다.



날이 추워졌고, 어둠이 아무리 노력해도 꽃이 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딱 한 송이의 꽃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어둠은 절망 빠졌다.


정처 없이 숲을 떠도는 어둠. 빛에게도 외면당하고, 꽃들은 다 져버리고, 언제나처럼 혼자서 고독하게 밤을 지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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