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 오늘따라 별이 정말 많이 보인다. 어둠은 저 많은 별들을 다 어떻게 품는 거지?
늑대 : 어둠 생각은 그만해, 걔가 널 상처 줬잖아.
빛 : 괜찮아, 처음엔 약속을 어긴 게 분했지만 동굴로 다시 찾아왔을 때의 그 애처로운 모습을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짠하기도 하거든.
늑대 : 그게 무슨 소리야?
빛 : 많이 외로워 보였어.
늑대 : 우린 외로움을 가장 두려워하지.
빛 : 살아남는 건 중요하지 않아, 늑대야.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는 숨을 쉬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늑대 : 사실, 난 그런 게 뭔지 잘 모르겠어. 난 매일 사냥을 나가야 하고, 더위나 추위를 피해 다녀야 해. 내 삶은 그게 다야, 생존을 위한 삶이지.
빛 : 그래도 난 우리가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어.
늑대 : 없어, 빛아. 우리가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없을 거야.
빛 : 어째서?
늑대 : 그냥 살아있으면 돼.
빛 : 그게 무슨 말이야?
늑대 : 누구한테 필요해서 태어난 게 아니라는 뜻이야. 죽은 것들은 누군가의 기억으로 존재하잖아?
빛 : 죽어버린 민들레를 본 적이 있는데, 아직도 보이는 것만 같아. 생생하고 선명하게.
늑대 : 그렇지? 만약 필요에 의해서 태어난 거라면 다른 걸로 대체해 버리면 되잖아. 하지만 우린 기억해, 그 유일함을.
빛 : ...고마워, 이젠 알 것 같아.
늑대 : 그리고 잊지 마, 난 널 만나서 이렇게나 행복해. 메리 크리스마스.
빛의 숲,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