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다시, 할머니와 나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삶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할머니는 두려움에 집 밖을 나서지 못하셨다.
지난번과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날까,
그 생각만으로도 발걸음이 얼어붙는다고 하셨다.
낯선 도우미를 경계하며,
내가 매일 찾아와주기를 바라셨다.
할머니를 안심시켜드리기 위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할머니 댁을 드나들었다.
입주도우미인 그녀는 폴란드에서 온 스물네 살의 젊은 아가씨였다.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째라고 했다.
돈이 모이면 고향으로 돌아가
4년을 함께한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작은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싹싹한 친구라 마음에 든다”면서도
“그래도 요리는 네가 한 게 더 맛있다”라며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로 웃음을 흘리셨다.
이제 할머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곁에는 24시간 곁을 지켜주는 도우미가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녀의 계약이 끝나는 순간
다시 할머니는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른 도우미가 오겠지만,
기억이 조각나 흩어져 가는 할머니에게
사람이 자꾸 바뀌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을,
그저 아무일 없이 조용한 날들이 지속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