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신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나는 한 달간 고향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할머니와 나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었다.
할머니의 기억이 더 흐려져 나를 잊어버리실 수도,
반대로 건강을 회복하셔서
다시 예전처럼 함께 지낼 수도 있었다.
만약 전자라면 슬프겠지만,
겸허히 받아들여야 했다.
후자라면 기적처럼
다시 일상의 웃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달은 할머니께 특히 길게 느껴지셨는지
매일같이 내게 물으셨다.
“언제 간다고?”
“언제 온다고?”
게다가 도우미는 내가 고향에 머무를 즈음
계약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다시 할머니 곁으로 올지,
아니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 말은 할머니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나는 어쩌면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에 있는 동안
할머니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 떠올랐다.
하지만 멀리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무탈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한 이 주쯤 지났을까.
할머니의 언니가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전화를 하고 싶다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할머니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다행히 집에 머물던 남편이 있어
할머니 댁을 잠시 들러달라고 부탁했다.
비록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남편은 집 안에서 할머니와 도우미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별일 없는 것 같아”라고 전했다.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이 흘러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신 할머니는
언제 자신에게 오느냐며 기다리고 계셨다.
할머니 댁을 찾았을 때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두 팔로 꼭 안아주셨다.
그리고 예쁜 꽃 화분을 내게 건네셨다.
“집에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그 순간의 할머니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꽃을 선물하시던 예전의 건강한 모습 그대로였다.
제발, 이 모습 그대로만
오래오래 머물러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