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더 깊은 기억 속으로

by 바카

그 사이 새로 바뀐 두번째 도우미


두번째 도우미 역시 폴란드에서 온 64세 아주머니셨다. 아주머니 요리는 냄새가 정말 좋았고 보기에도 맛있어보였다.


할머니는 두번째 도우미의 요리는 좋아하셨지만, 독일어를 못하고 손이 조금 거친 도우미가 불편하다며 산책 동행을 원치않으셨다.

그래서 집에서만 머무시고 쇼파에 하루종일 앉아만 계셨다.

잘 드시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니 변비가 생기고 다리힘도 점점 약해져갔다.

결국 집안에서 혼자 걸으시다가 두번 정도 넘어지셨다. 그 후로 정신이 더 안좋아지셨다.


그 사이 도우미는 또다시 바뀌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이 또 터지고 말았다.


겨우 잠이 들었던 새벽 3시쯤

할머니는 다 토하고 혈소변을 쏟아냈다.


세번째 도우미도 독일어를 하지 못해 항상 구글번역기를 사용했다.


놀란 도우미 아주머니는 우리집 문을 두드렸지만, 깊은 잠에 든 우리 가족은 알아채리지 못했다.

디행히 할머니의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여 구급차를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강력히 거부하셨지만 강제로 병원에 실려가셨다.


병명은 급성요로감염과 탈수 증세.


피검사 후 염증 수치가 내려갈때까지 병원에서 지내셔야만 했다.


이전의 경험때문에 극도로 병원을 싫어하셔 집에 가겠다고 또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리셨다.


의사는 3일만 더 있다가 집에 가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할머니는 너무 길게 느껴진다며 어린아이같은 얼굴로 나보고 매일 와달라고 부탁하셨다.


요로감염이라 맑은 소변을 눌 때까지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곤욕스럽다고 하셨다.


시간이 있으면 또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고 3일 후 집에서 다시 만나자고 몇번이나 약속한 후에서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드디어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날,

병원에서 겪은 일들을 하소연하셨다.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고.

너무 외롭고 무섭고 쓸쓸했노라고.


세번째 도우미는 애교가 있는 분이어서 할머니에게 다정다감하게 잘 다가갔다.

그래서인지 두번째 도우미와 달리 할머니가 쉽게 마음을 여셨다.


할머니는 이제 이전의 할머니가 아니다.

병원을 다녀오신 후 걷지 못하신다.


다리상태를 보니 뼈만 앙상하게 남으셨다.


링겔을 맞은 곳에 테이프를 뜯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정말 어린애가 된 듯 계속해서 어리광을 부리셨다.


넌 내 엄마나 마찬가지야


라면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다시 한번 장황하게 늘어놓으셨다.


걱정했을 할머니 언니에게 안부 연락을 했는데

할머니는 언니에게 서운함이 많이 쌓여있던 터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F감성인 할머니가 울면서 서러웠다 말하는데 T이신 할머니의 언니는 그저 상황을 정리하기에 바쁘셨다.


이제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서 혹은 쇼파에 앉아서만 지내신다.


어딘가 불안한 모습이 역력한 채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달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