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역&동네 정하기
자녀와 함께 독일 생활을 계획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며..
1. 지역&동네 정하기
혹시 지금 독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시나요?
저 역시 독일 오기 전에 독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자녀교육에 대한 부분에서요! 독일의 유아교육이 우리나라에 유명하잖아요~ 프뢰벨이네 발도르프네 등등. 저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독일의 유아교육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독일=유아교육!!!
저희 가족은 독일이라는 나라를 딱 정하고 이민을 온 것도 아니고(사실 여전히 이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살고 있는 나라일 뿐.. 내 뼈를 여기다 묻겠다는 아니에요.) 남편의 진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주일 만에 결정된 사안이었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이사 오기도 바빴던 터라 독일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었어요. '그저 유아교육이 좋다.'라는 것 외에는요. 그러다 보니 현지에 와서 여기저기 부딪혀가며 적응해갈 수밖에 없었고,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유아교육은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서졌어요. ㅎㅎㅎㅎ 이 얘기는 차 후에 풀어나가도록 할게요.
먼저 저처럼 아무 준비 없이 독일에 오시면 절대 안 됩니다. 도와줄 수 있는 지인 믿고 와서도 안됩니다. 뭐든지 본인 스스로 직접 알아보고 준비하셔야 상처가 덜 합니다. 혼자 이사하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가족이 이사하는 것보다는 더 대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족일 때는 알아봐야 할 것들이 더 많더라고요. 일단은 아이가 있으시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찾아야겠죠. 저 같은 경우는 급하게 이사오다 보니 지역을 정할 수가 없었고 남편 지인의 집에서 임시로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한두 달만 살다가 집을 새로 구해서 나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월세가 너무 비싸서 집주인이었던 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속 거주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마침 동네도 시내 중심가여서 외국인이었던 우리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모든 생활권이 집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불만이라고는 좁은 집 말고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그런데 이 좁은 집이 우리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죠. ㅎㅎ 바로 코로나로 인해 록 다운되면서 테라스가 없는 좁은 집에서 4인 가족이 8주간 옴짝달싹 못하게 되면서 결국 집을 이사하기로 마음먹게 되었거든요.
한국이었다면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집의 크기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그런데 독일에서는 한국과 반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 씬 많았기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던 거죠. 꼭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독일 생활에서는 집이 우리 생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 같아요. 일단은 환경 자체가 가족 중심으로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주어져 있고,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주거 환경이 좋아야 삶의 만족도도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독일은 친구 가족을 초대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집의 공간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누군가를 초대할 때 부담이 덜 할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오히려 좁은 집에 살 때 손님들을 많이 초대했었는데요 집주인인 저는 괜찮은데 찾아오는 손님들이 되려 불편해하는 것을 여러 번 느꼈어요. 그게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손님 위해서 넓은 공간을 구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내 가족이 생활하기에 여유로운 공간이어야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게 되고 각자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독일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느 지역으로 갈 것인지를 먼저 정하셔야 해요. 독일은 한국과 달리 주마다 정책이 다르고 그만큼 교육이나 분위기도 많이 달라요.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지역을 먼저 탐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선택지가 없이 베를린으로 오게 되었지만, 베를린에 거주하다 보니 베를린이 외국인에 상당히 관대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다른 지역에서 살 다오 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인종차별이 심한 곳도 많고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런데 베를린은 독일 내에서도 독일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어로만 생활이 가능해요. 그만큼 많은 외국인이 많고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도시예요. 그리고 제 주관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인종차별도 거의 못 느꼈어요.
지역을 정하셨으면 이제 동네를 정해야 하는데요. 한국도 마찬가지로 서울이라고 다 좋은 동네는 아닌 것처럼 베를린도 다 좋은 동네는 아니에요. 좋은 동네라고 하면 한국과 달리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말해요. 외국인으로 살기에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곳이겠죠. 그래서 동네마다 월세 가격이 차이가 많이 나고 시내 중심가로 갈수록, 교통이 좋을수록 월세가 비싼 건 한국이랑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크게 월세가 비싸고 좁은 집의 시내에서 살 것인지 월세가 조금 저렴하고 넓은 집의 근교에서 살 것인지 이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겠네요.
저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는데요.
전자의 경우 장단점을 말해보자면
장점: 웬만한 곳은 다 걸어서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교통비가 절감이 된다.
문화생활을 쉽게 할 수 있고 쇼핑을 자주 할 수 있다. 택배 지점이 가깝다.(이것 굉장히 중요함! )
단점 : 그만큼 지출이 많다. 시내다 보니 생활소음이 굉장히 시끄럽다.
후자의 경우에는 교통이 다소 불편해서 차가 있다면 무조건 후자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독일에서 기왕 사는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뛰놀게 하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도 근교가 아이들이 조용하게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자연이 주변에 가까워서 공기도 좋고 산책이나 가족 나들이 가기에도 좋은 거 같아요. 단점은 문화생활이 다소 어렵다. 근데 뭐 문화생활을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하는 거니까~, 택배는 정말이지 단점이네요.
택배 같은 경우 제가 왜 중요하게 꼽냐면요! 한국은 택배를 경비실에 맡기거나 문 앞에 두거나 할 수 있지만, 독일은 경비실이 없고요, 택배를 문 앞에 두고 가는 경우가 적어요. 분실 위험이 많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부재중일 경우에는 택배 지점에 물건을 맡기게 되는데 택배 지점이 집이랑 가까우면 아무 걱정 없이 부재해도 되겠지만 근교의 경우에는 택배 지점이 멀리 위치해 있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그 택배를 찾으러 몇 정거장을 가서 걸어서 찾아서 다시 집으로 오기 까기가 굉장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이 돼요. 뭐 차가 있다면 조금 쉬울 순 있겠지만요. 저는 차가 없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걸 감내할만큼 근교의 삶에 만족 중이라는 점.
자, 그럼 지역과 동네를 모두 정하셨다면 다음 순서는! 집을 알아보셔야겠죠.
집을 알아볼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요 직업입니다. 우리나라는 내가 돈이 있고 집을 구할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부동산 가서 집 알아보고 내가 집을 선택하는 구조잖아요. 그런데 독일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세입자가 아무리 현금다발을 들고 와도 집주인이 선택하지 않아면 말짱 꽝이에요. 집을 구하는 것도 직장 알아보는 것처럼 자기소개서(가족 소개서)를 쓰고 우리 가족의 배경, 수입, 직업, 나이, 금연 여부, 애완동물 여부 등등 아주 상세하게 자세히 모든 정보를 기입하셔서 집주인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부동산 통하신다면 부동산을 통해서 제출하게 되겠죠. 이모 빌리언 24라는 어플을 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내의 훈련이 시작됩니다. 바로 독일 생활의 시작이죠. 독일 생활은 인내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왜 직업을 중요하게 보냐구요? 직업이 안정적인 사람이면 월세를 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잘 내겠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10군데 보내셨다고요? 그런데 연락이 없다고요? 더 보내셔야 합니다. 100군데는 보내야 합니다. 놀라셨나요? 요즘 집구 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시고 애초에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합니다. 집 구하기 너무 지쳐 아무 집이나 계약하시면 나중에 돈 배로 더 들이고 상처는 상처대로 받고 독일 생활을 접을 생각이 바로 드실 거예요. 그러니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이 나올 때까지 느긋하게 찾고 메일 보내고 또 찾고 메일 보내고 하다 보면 우리 가족과 인연인 집이 딱! 나타날 거예요. 참고로 저는 1년 반 정도 걸려서 집을 구했고요. 보통 1년, 2년, 3년 혹은 그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독일 생활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집을 잘 구하시면 정착의 절반 이상은 해결하신 거예요. 그러니 길게 잡으시고 좋은 집 만나시길 바랍니다.
여기서 집 구하기 팁!!
서류를 몇십 군데 내고 기다리는데 겨우 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거울 앞으로 가세요. 그리고 두발을 단정히 하시고 옷을 말끔하게 입으세요. 직장 면접 보러 가는 착장으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가족 모두요! 아이들도 단정하게 깔끔하게 예쁜 옷으로 입히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러고 나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집주인과의 인터뷰에 참석합니다. 시작부터 웃는 얼굴로 좋은 인상을 팍팍 어필하세요. 우리는 월세를 내는데 무리가 없고, 흡연을 하지 않으며 집을 깨끗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얘기하세요! 집 보러 오는 팀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경쟁자들 속에서 눈에 띄어야 선택을 받을 수 있어요. 오죽하면 간택당한다는 말을 하겠나요.....
간택당하지 않았어도 실망하지 마세요. 기간을 길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그렇게 겨우 간택당해서 집을 구하셨다면 계약서는 일사천리입니다. 단! 주의하실 점은 계약서 작성 전에 기쁜 마음에 덜컥 사인부터 하지 마시고 집구석구석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집주인이 있는 자리에서 꼼꼼하게 모두 확인하시고 비디오 촬영 및 사진 촬영을 꼭 해놓으세요. 이것은 후에 집을 나갈 때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월세 계약을 할 때 3개월치 보증금을 내는데 이 절차를 해놓지 않으면 향후 집주인으로부터 수리비 명목으로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요. 독일 생활에서는 인내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록입니다!! 기록 또 기록! 보관 또 보관!
집을 구하셨으면 이제 아이들이 다닐 기관을 알아보아야겠죠?
다음 편에서는 [아이들이 다닐 기관 알아보기]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